매일신문

[700자 읽기] 리아의 나라

앤 패디먼 지음/이한중 옮김/윌북 펴냄

라오스의 고산 민족인 몽족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의 파편이 튀자 미국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몽족은 다른 민족에 간섭하기 싫어하는 만큼 침해당하기를 싫어하는 자존심 강한 민족이다. 그런 그들이 고유의 문화를 지켜가면서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몸이 아플 때 주술적 행위에 의존하는 몽족은 미국의 첨단 의료 시스템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간질을 앓는 한 몽족 어린이가 타 문화의 알력과 높은 장벽 앞에서 겪는 고통을 다루면서 미국의 소수 민족이 겪는 비극을 고발한다. 이는 단순히 언어와 지식과 과학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 간 불통과 불타협적 측면에서 초래된 것이다. '서구 과학주의 의료 체계'가 인간에 대한 존중, '다름'에 대한 인식 없이 작동하면서 인간을 살리기보다 죽일 수도 있는 경직성을 성찰하게 한다. 실제 벌어진 이야기를 9년 동안 추적한 탐사 문학으로 재미있고 강렬하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맞는 우리 사회에도 거울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지은이는 미국의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서재 결혼 시키기' '세렌디피티 수집광' 등의 저서가 있다. 491쪽, 1만6천800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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