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솔아~ 판소리 한 판 불러보자

신세대 이자람 직접 만든 여성 삶 노래한 '사천가'

'21세기형 전방위 예술가'. 신세대 판소리꾼 이자람(31·여) 씨에게는 이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닌다. "판소리라는 장르 자체가 음악적 테크닉과 시대성, 문학적 완성도, 연극성 등을 아우르기 때문에 '전방위'라 지칭하고요. 제가 과거가 아닌 현대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표현하려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니까 '21세기형'이란 표현이 붙은 것 같아요."

이 씨는 한때 '예솔이'였다. 1984년 5살 때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고 시작하는 동요 '내이름(예솔아!)'을 아버지와 함께 발표해 전국적으로 '예솔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넘쳐나는 끼는 그녀를 팔방미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19살에 판소리 '춘향가'를 최연소로 완창해 기네스 기록을 세운 실력파 국악인이면서 홍대 클럽에서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드 보컬로 올해 싱글 음반을 발매한 가수이기도 하다. 이 밖에 영화 음악 작곡가, 현대무용가, 작창가(作唱家) 등 그녀에게 붙은 표현은 다양하다.

하지만 역시나 그녀에게는 판소리꾼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시대와 소통하는 힘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고전이 된 전통 판소리 5대가(춘향가·수궁가·심청가·흥보가·적벽가)도 그 곡들이 태어나고 사랑받던 조선시대에는 대담하게 시대와 소통하고 세상을 풍자하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녀는 대중화를 위해 판소리의 현대화에 힘쓴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고개를 흔든다. 판소리 본연의 모습이 시대와 소통하는 것이고 자신 또한 지금 시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2007년 자신의 역작인 판소리 '사천가'를 만들었다. 1943년 발표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적인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재구성한 것으로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을 중심으로 외모지상주의나 무한경쟁 등 각종 부조리들이 움직임과 타악으로 그려진다. 특히 북이나 베이스, 타악기 등 현대적인 악기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채롭다. "퓨전은 아니에요. 조선시대에는 베이스와 같은 악기들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들 악기가 익숙하잖아요. 이들 악기는 판소리 속의 인물이나 상황을 보조해 더 좋은 효과를 낼 뿐 현대의 무엇과 섞어보려고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이 씨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시원하게 웃고 공감하며 즐기면 행복할 거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착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자 서로 위로하고 북돋우는 힘을 가진 첫 번째 작업입니다."

한편 이자람의 판소리 뮤지컬 브레히트 '2010 사천가'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대구동구문화체육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2007년 초연된 사천가는 올 5월 폴란드 콘탁(KONTAKT) 국제연극제에 공식 초청돼 이자람이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12일 오후 8시, 13일 오후 7시, 14일 오후 4시 공연, 입장료 2만원. 053)662-3083~4.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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