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울진군 예산낭비 부르는 설계변경

관급 공사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가 잦은 설계변경이다.

울진군은 그간 예산 및 인력낭비에다 공사기간 연장이라는 병폐를 부르는 설계변경을 너무 쉽게 결정해왔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액은 효율적인 재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공무원과 업자간 부조리를 만드는 고리가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통상적으로 설계변경은 공사 발주 후 당초 예상하지 못한 사태의 발생이나 공사물량 증감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군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많다보니, 공사만 시작했다하면 설계변경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겼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군이 재량권을 남용해 업자들 배불리기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저가 입찰한 업자에게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해주고 이 과정에서 향응이나 금품을 받은 전례가 건설업계에서 만연해왔다는데 비춰 울진군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지역 토목업계 관계자의 전언다.

울진군 죽변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의 경우 20억원에 시작한 공사비가 3차례 설계변경을 통해 61억원까지 불었다. 물가변동, 물량증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죽변도시계획도로 공사를 비롯해 상당수 관급공사가 초기 설계과정에서 개선 요인이 무시된 채 발주되고 있다. 발주기관의 무계획적인 사업추진과 원전 지원금을 바라는 업체들의 행태가 잦은 설계변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업계에 퍼진 '사전준비가 부족하거나 공사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원전지원금을 활용해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의식은 고쳐져야 한다. 만약 공무원이 이를 간과하고 업자들과 유착할 경우 부실공사는 물론 부패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폐해이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