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 수 있는 金도 없고 사려는 손님도 없어요"

금값 사상 최고에 소매상들 한숨

금값이 돈(3.75g)당 20만원 선으로 올랐지만 대구 중구 등 금 거래 업체들은 오히려 \
금값이 돈(3.75g)당 20만원 선으로 올랐지만 대구 중구 등 금 거래 업체들은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 돈에 20만원이면 뭘 합니까, 팔 수 있는 금이 없는데…. 금값이 올라서 힘든 건 소매상들이지요."

10일 오후 대구 중구 용덕동 패션주얼리특구에서 만난 상인들은 '금값 상승 효과'는커녕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곳은 평소와 다름없이 한산했다. 상인들은 "돌반지 팔러 오는 고객들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금매입 체인점까지 생겨 금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0일 기준 국제 금값은 온스당 1천400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금 시세도 한 돈(3.75g)이 20만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금매입 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돈당 13만원이 넘어서자 앞다퉈 금을 내놨던 지난해 2월 말과 판이하다. 당시 서민들의 금붙이는 이미 풀릴 만큼 풀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 이 와중에 전국 체인망을 갖춘 금매입 전문매장들이 대구에 속속 진출, 좁은 대구 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금값 상승은 상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패션주얼리특구 내 한 상인은 "오늘 하루 손님이라곤 아들 돌잔치 때 받은 돌반지를 팔겠다는 손님이 유일했다"며 "그나마 한 돈짜리 반지 2개였다. 2, 3년 전만 해도 하루 10개 정도는 들어왔는데 거래가 너무 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2년 전까지 사원 포상용으로 순금 메달을 만들어달라던 거래업체가 몇 달 전에는 배지로 바꾸었다"며 "연 평균 800만원에 이르던 주문량이 100만원대로 줄어든 사정을 알아보니 금값 때문이었고, 업체들이 사원 포상을 금제품 대신 상품권이나 또 다른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금 거래가 뜸하지만 체인점 형태의 금 매입 업소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단 한 곳에 불과했던 대구 금 매입 체인점은 현재 줄잡아 수십 곳에 달한다. 전국 체인점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한 것은 금 매입은 전문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고 위험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또 2008년 제정된 '의제매입 세입공제'는 이들의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모든 거래를 통장으로 하도록 해 자료를 남기면 부가세 10% 중 2.33%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로부터 환급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을 매입할 때도 현금 매입 대신 고객 계좌로 입금해 자료를 남긴다.

전국 체인망을 갖춘 S업체 성서점 관계자는 "금을 팔겠다는 이들이 하루 평균 10여 건씩 있지만 지난해 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며 "금 매입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다 금값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상원 대구패션주얼리특구상인회 회장은 "서민 장농에 있는 금은 시장에 나올 만큼 다 나와 더 이상 팔 금이 없을 것"이라며 "부도걱정이 없는 유가증권과 같은 금을 굳이 중산층 이상에서는 팔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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