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같아요…" 친환경 쓰레기 집하장 만드는 ㈜업클린

칙칙하고 지저분하기만 했던 쓰레기 집하장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목재로 잘 짜인 공간에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데다 국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등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카페 못지않다. 특히 실바람 불 때면 '땡땡' 바람소리를 전하는 풍경은 귀까지 즐겁게 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업클린이 있다. 회사 이름만큼이나 친환경 집하장 사업으로 도심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변신은 무죄

'카페야? 집하장이야?'

11일 오전 대구 북구 A아파트단지 쓰레기 집하장. 잘 가꿔진 꽃들이 맨 먼저 기자를 맞았다. 집하장 화단에서 잠시 눈요기를 한 뒤 안에 들어서니 천장에 달린 센서등이 작동됐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뚜껑이 닫힌 채 일렬로 서 있었고 그 위로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철저한 분리수거를 위해서다. 집하장 한쪽 벽면에는 벽난로처럼 생긴 흰색 해충 박멸기도 보였다. 여름철 파리, 모기 등 집하장 주변에 벌레가 꼬이는 것을 막는 장치다. 나무살로 만들어진 문도 보였다. 안에는 빗자루, 쓰레받기 등 청소 공구들이 차곡차곡 쟁여져 있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 안 생태공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주민들도 대만족이다. 총총걸음으로 집하장으로 들어오는 주민 김모(39·여) 씨는 "친환경 쓰레기 집하장이 생기고부터 쓰레기를 버릴 때 냄새 때문에 숨을 참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 같은 집하장은 개발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까닭에 자녀들의 교육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업클린 박영식(38) 과장은 "앞으로 친환경 집하장에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냉·온수기와 전기기기도 설치 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태양열 등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햇다.

◆매일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어릴 적부터 말썽꾸러기였다. 대구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공부를 채근하진 않으셨다. 그러나 하루라도 신문을 읽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신문 독자였으니 벌써 40년이 됐네요." ㈜업클린 김채환(51) 대표는 "매일신문을 보고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고 말했다. 2008년 어느 여름날 매일신문에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라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고 이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과거 아파트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아파트 쓰레기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특히 사업차 들른 호주시내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호주의 공동주택과 대중이 모이는 시설의 쓰레기 집하장이 너무 깨끗하고 위생적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화장실 문화를 보면 식당 수준을 알 수 있듯 쓰레기 집하장을 들여다보면 그 아파트의 품격과 수준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곧 사업에 착수했다. 2008년 3월 동구 신서동에 사무실을 차렸고 현재 대구는 물론 서울, 부산, 경남 등에 지사를 둘 계획이다. "내논에 물 고인다고 온 논에 풍년이 되는 것 아니잖아요. 다 같이 풍년을 맞아야지요."

◆친환경 전도사

지난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땐 무척이나 놀랐다. 해맑게 웃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지저분한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 김 대표는 "하루 수백, 수천 명의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는 데 변변한 쓰레기 처리장 하나 없이 노 전 대통령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가 쓰레기 더미에 나뒹굴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곧바로 1천200만원을 들여 봉하마을 마을회관 앞에 친환경 쓰레기 집하장을 무상으로 설치했다. 봉하마을 측은 "집하장이 생기고부터 동네가 한결 깨끗해 졌다"며 "주민들과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대구경북에서 최초로 열린 동구 평생학습축제를 위해서도 사재를 털었다. "전국 귀빈들이 대구 동구를 찾는데 동구 주민으로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있나요". 이 외에도 업클린은 친환경 전도사로서 전국을 누비고 있다. 8월 시공한 제주시 한 아파트의 경우 호응이 좋아 입주민대표회의와 부녀회, 도의원 등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개소식이 열렸다. 김 대표는 "담장 허물기 사업이 생존이 아닌 생활인 것처럼 쓰레기 집하장도 생활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업클린은 친환경 사업에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