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와서야 느낀 것은 대구경북이 애살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별 이롭지도 않은 양반 기질 때문에 자꾸 지는 싸움만 하는 거예요. 전라도요? 거기는 위아래 없이 찾아와요. 잘 부탁한다고 읍소하고, 작은 아이디어라도 있으면 와서 설명하고,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가상해 한번 더 보게 되지요. 그게 힘입니다."
남효채(59) 한국지역진흥재단 이사장은 대뜸 고향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러다 자꾸 밀린다는 진지한 주문이었다. 지역을 떠나온 지 이제 1년. 숲을 나와서 바라 본 숲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단다.
남 이사장은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서 보자고 했다. '대한민국 지역홍보센터'가 그 역에 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며 설명하다 경상북도 부스 앞에 섰다. "지역마다 축제, 관광지, 특산품이 있지만 대구와 경북이 단연 으뜸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알리고, 누구에게 팔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되고…."
남 이사장은 지난 9월 일본 오사카에서 '향토 명품 전시상담회'를 열었다. 상담만 898건, 2천150만불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 두 달이 지났는데 일본에서 또 연락이 와 며칠 다녀왔단다. 대구 약전골목의 '경옥고', 포천 막걸리, 의성 흑마늘을 100만~200만불에 팔게 됐다. 한류로 한국 특산품 인기가 상한가라고 했다. "지역진흥재단은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지만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능은 있습니다. 지역 특산품이 인정받으니 마치 제 일처럼 기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2007년 8월 설립된 재단은 행정안전부 산하 16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가 출연한 재원으로 전국의 관광·문화·특산물·투자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 홍보하는 곳이다. 지역 진흥과 지역경기 활성화를 가장 앞에서 이끄는 기관인 셈이다.
지난해 부임한 남 이사장은 전국 지자체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지역브랜드 총람집' '브랜드 매뉴얼'을 발간했다. '지역 진흥 우수사례집'도 만들어 각 지역 곳곳에 나눠줬다. 이번 오사카 상담회는 앞으로 2년 더 열린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뉴욕에서도 연다. 110개국 재외 공관과 40개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도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있다.
지역 브랜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참 많다고 남 이사장은 핏대까지 세우며 열변을 토했다. 일자리가 생기고 문화 수준도 높아진단다.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외화유치도 된다. "지역 명소를 브랜드화하려면 담당 공무원들이 잘 해야 합니다. 상품성을 제대로 알리고 컨설팅하는 일에 그들이 나서야 하니까요."
남 이사장의 이력을 보면 지역 브랜드화도 참 가까운 일이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제13회 행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이후 해군장교로 복무했고 경상북도, 내무부, 강원도 공무원교육원 등에서 재직하다 1989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양군수가 됐다. 군위군수·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 행정관·내무부 지방세과장·상주시장·구미와 포항 부시장까지 거쳤다. 지역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고향을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특출한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입니다. 지식기술자본의 시대인 것이죠. 지역이 해야 할 일요? 인재를 키워서 지역을 이끄는데 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죠. 선거로 뽑히는 지도자들은 표 모으기용 말고 지역의 우수 인재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남 이사장은 1952년 영덕에서 태어나 영덕중, 경북대 사대부고를 거쳐 천마장학생으로 영남대에 진학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국 워싱턴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를 받고 정책분석 전공으로 영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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