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요! 오올 자아 쏘댕기다 갑도이 글마아 만내 이바구하다 보이 쪼매 느졌뿌랬니더."(아버지! 오늘 장에 이리저리 다니다 갑동이 그놈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약간 늦었습니다)
"오야, 개안타, 그래 옹가지는 월매나 존노?"(그래, 괜찮다, 그래 옹기는 얼마나 주었니)
11일 안동문화원이 두 번째로 마련한 '안동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김정인(61·안동 옥야동) 씨가 구수한 입담과 재치 있는 연기로 일반부 최우수상을 차지한 '바보 만덕이가 아이 낳기에 한몫하다'라는 제목의 이야기 한 대목이다.
만덕이가 바보라서 시장에서 옹기 하나 제대로 못 사왔으나 장가를 보내 자식을 낳아서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정부의 인구 증가 시책에도 한몫한다는 내용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 씨는 이날 대회에서 안동지방 특유의 강한 억양과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지역 사투리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사투리경연대회는 각종 언론 매체와 교통 수단의 발달로 지역 특색이 담긴 사투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막고 안동지역 고유한 사투리의 맛과 건강함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안동지방 사투리는 다른 지방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어휘나 종결어미를 지니고 있으며 점잖은 말투와 품격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껑꺼이'로 불리는 안동지역만의 독특한 억양과 강한 표현 속에서도 정감과 푸근함이 넘쳐나는 지역민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날 경연대회에는 모두 21개팀이 출연해 일반부에서 김정인 씨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류응하(63·안동 평화동) 씨가 '안동말의 오해'를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다. 학생부에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일상 생활을 안동 사투리로 구수하고 감칠맛나게 표현한 배경남(14·복주여중 1년) 양 등 4명이 최우수상(사진)을, 하회마을을 소개한 김수연(12·복주초)·정연교(11·복주초) 양이 우수상을 차지했다.
이재춘 안동문화원장은 "안동지역과 문화 속에는 조상들의 얼이 스민 사투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매스컴이 발달하고 표준어 교육 등으로 지역만이 가진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안동 사투리에 담긴 정감과 구수함을 보존하고 전하기 위해 대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날 심사위원장을 맡은 서보월(안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르신, 다문화 며느리까지 안동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투리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던 대회였다. 사투리는 조상의 얼과 지역문화의 건강함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잘 가꾸고 지켜야 할 말"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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