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을 경영하는 사람의 최대 고민은 희귀 식물의 도난이다. 몸에 좋다거나 값나가는 초본을 입장객들이 몰래 훔쳐가 버린다는 것이다. 몇 포기 가져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예 하나의 종(種)을 통째 삽으로 떠가는 경우도 많아 그 종을 다시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강장 식물의 대표적인 것에 '삼지구엽초'가 있다. 가지가 3개로 갈라지고 그 가지 끝에 각각 3개씩, 모두 9개의 잎이 달려서 삼지구엽초라고 한다. '음양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음양곽을 대구 수목원에 심었는데 이름표를 보고는 이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캐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원 측에서 명패를 없애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삼지구엽초만 이름표도 없이 쓸쓸히 수목원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다.
귀한 식물을 탐내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이번에는 키 20m가 넘는 교목이 도난을 당했다. 지난 10일 전남 광주의 한 공원에서 30년 된 편백나무 한 그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또 전남 장성 편백나무 조림지에서는 600여 그루가 밑동이 잘린 채 발견됐다고 한다. 오죽하면 "편백나무 절도범을 찾습니다"라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겠는가.
최근 편백나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이런 수난을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 발산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병충해나 나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출하는 일종의 분비물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만 100g당 5.2㎖를 분출한다. 소나무 1.7㎖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여름철에는 이 수치가 훨씬 높아진다. 우울증 치료나 아토피 등 피부 질환에 효과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히노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일본인들은 이 편백나무 욕조를 갖는 것이 평생소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편백나무는 외견상으로는 측백나무와 구별하기 어렵다. 보통 그 열매를 보고 구별한다. 측백나무 열매에 돋은 가시는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다. 그러나 편백 열매는 불편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편백나무 휴양림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식물을 길러본 사람은 동물 못지않게 사랑의 손길이 필요함을 안다. 편백나무는 비록 희귀종은 아니지만 도시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파수꾼이다. 녹색 도시의 필수 불가결한 공공재(公共財)임을 명심해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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