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야 가리는 자욱한 연기에 아수라장…요양원, 화재소식 가족에 안 알려"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넘어지고, 울고, 비명을 지르고…."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로 부상을 입어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배화연(79·여) 씨는 "잠결에 눈을 떠보니까 주위에 연기가 자욱하고 사람들이 허둥댔다"며 "계단에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배 씨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연기에 숨이 막혀 기침이 났지만, '사람살려' '불이야'라고 외쳤다"고 했다.

포항성모병원에서 치료 중인 윤고비(92·여) 씨는 "잠자고 있는데 연기 냄새가 나고 목이 아파서 깨보니 '불이야'란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며 "2층에서 보따리를 들고 방에서 나와 1층으로 기어내려왔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당시 거동이 불편했던 조진옥(70·여) 씨는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다. 조 씨는 "어제 잠이 안 와 계속 깨어 있었는데, 소리가 나고 연기가 2층까지 올라왔다"며 "움직일 수가 없어서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소방관이 나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12일 현재 포항세명기독병원(9명)과 포항성모병원(8명)에 입원하고 있는 부상자들은 대다수 화재에 놀라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만 당시의 아찔했던 사고순간을 얘기했다. 특히 여성전용 요양센터에 있던 노인 대다수가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해 불이 번지고, 연기가 올라와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일부 치매환자와 고령자 등은 사고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부상자 가족들은 요양센터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과 부상자 모두 요양센터로부터의 연락 대신 뉴스를 보고 사고현장과 병원으로 달려왔다. 최향미(48·여) 씨는 "오늘 새벽 뉴스를 보고 화재소식을 안 친구의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달려왔다"며 "어머니 생사도 알지 못한 채 병원으로 달려왔는데, 요양원 측에서는 화재소식을 알려주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진홍기자pjh@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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