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내 가장 큰 죄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핏줄로 태어난 것이다."
조선 고종 황제가 환갑에 얻은 고명 딸이자 평생을 비운의 여인으로 살다간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1912~1989). 조선 패망과 아버지 고종의 죽음, 13살 어린 나이 때부터 시작된 강제 일본 생활, 일본 남자와의 강제 결혼, 10년 넘는 정신병원에서의 감금 생활, 일본 패망 후 38년 만의 쓸쓸한 귀환, 한국인들의 외면, 그리고 외로운 죽음. 죽음을 앞두고 아버지 고종을 그리며 삐뚤삐뚤한 글씨로 써놓은 조선 최후의 황녀의 글.
잊혀졌던 그녀의 한(恨) 많았던 77년 삶은 지난해 첫 소설 '덕혜옹주'(권비영 지음)로 태어났고, 올 6월엔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구미시립무용단에 의해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됐다. 유명 건축가인 고 김수근의 유일한 공연장 작품으로, 덕혜옹주가 생을 마쳤던 그해(1989년)에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 속에 건립된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첫선을 보인 이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대구경북서는 유일하게 한국 무용만으로 이뤄진 구미시립무용단이 공연한 이 작품은 공연 전문 잡지에 의해 '2010 상반기 주목할 만한 공연'에 선정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뜻하지 않은' 반응에 힘입어서 24일 구미서는 드물게 재공연에 들어가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덕혜옹주'란 소설을 바탕으로 비운의 조선 마지막 황녀를 무용으로 되살린 공연이 '공단 도시' 이미지의 '회색빛 구미'에서 다시 열린다는 것 자체 의미도 적잖은 것 같다.
올해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새롭게 출범한 구미시립무용단(안무'연출 노현식)이 첫 공식 작품으로 내놓은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의 구미 공연이 호평을 받음에 따라 전국 순회 공연을 계획하는 등 '공단 도시' 구미의 이미지를 '문화 도시'로 바꾸기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그동안 구미시는 수많은 고액 공연들을 잇따라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만족시키는 데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구미시립무용단의 재공연 도전을 보면 이제는 구미시도 자체 '공연 명품'을 만들려는 노력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인열 중부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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