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중심가를 흐르는 주장(珠江)의 하이신사 특별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은 화려함의 극치를 뽐냈다. 개막식은 아시안게임 준비에만 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광저우의 노력을 42억 아시아에 알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이었다. 경기장 8개를 새로 건립했고 남쪽 판위구에 49동 규모의 선수촌과 메인미디어센터(MMC)는 물론 도로망과 지하철도 새로 구축하는 등 막강한 경제력을 뽐낸 광저우는 베이징-상하이에 이은 3대 도시로서의 자부심을 개막식을 통해 42억 아시아에 전했다. 하지만 정작 놀라게 한 건 개막식의 화려함만이 아니었다. 통제가 이끌어낸 질서정연함이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날, 광저우 중심부 하이신사 주변은 고요했다. 주장을 둘러싼 마천루는 중국 정부와 광저우조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일찌감치 건물을 비웠다. 어둠이 깔리자 하이신사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주장에 늘어선 건물들은 형형색색의 조명을 밝히며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45개국의 특징을 담아 네온사인으로 겉치장을 한 45척의 보트가 개막식장으로 향하는 순간, 광저우는 주장과 그 속을 항해하는 보트, 주위를 둘러싼 마천루가 한 폭의 멋진 그림이 됐다. 이 역시 정부와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의도해 빚어낸 작품이었다.
놀란 건 이뿐이 아니었다. 개막식이 끝났을 때 3만3천여 명의 관객이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지만 혼잡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에는 승용차는 물론 버스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건 오로지 각국의 주요 인사가 탄 차량과 기사와 각국 체육인을 MMC로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유일했다. 완벽한 교통통제였다. 덕분에 하이신사에서 MMC로 향하는 여정은 단 한 번의 막힘 없이 달릴 수 있었다. 각국 기자들을 실은 차량이 도로를 지날 때 인도를 걸으며 귀갓길에 오른 광저우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반겼다. 갑작스런 정부의 집 비우기와 교통 통제로 피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광저우 시민들은 그래도 웃고 있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시민들을 옥죈 중국 정부나 집까지 비우는 불편 속에 통제를 따른 광저우 시민들.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은 중국이 아니면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이라며 탄성을 쏟아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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