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 한 휴대전화기 액세서리점. 33㎡ 공간에 북적이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 사이로 쉴 새 없이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공간이 보인다. 한쪽 면만 뚫린 가로 세로 50㎝ 직사각형 모양의 유리관 안에서 한 여성이 분주한 손놀림을 이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칫솔, 핀셋, 면봉, 칼, 자 등 십여 종의 문구와 생활용품들이 비치돼 있었다. 이 모두가 스마트폰 액정 보호 필름을 붙이는 데 사용되는 도구다. 여성은 알코올 솜뭉치로 휴대전화기 앞뒷면을 깨끗이 닦고 핀셋과 면봉을 이용해 구석구석에 끼여 있는 먼지 한 톨까지 제거한다. 그리고는 호흡을 잠시 멈춘다. 스마트폰 액정 보호기 필름을 정성스레 붙인다. 경력 1년 차 정은주(34·여) 씨는 "액정보호기 붙이는 작업에는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한 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500만 명, 연말까지 가입자 600만 명으로 예상돼 가히 '혁명'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열풍이 다양한 직업을 재탄생시키고 있다. 2000년대 초 IT, 바이오산업 열풍으로 벤처붐을 몰고 왔던 것처럼 앱 마스터, 모바일 OS 포팅 업체, 모바일 보안 컨설팅 업체 등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고 있는 것. 첨단 디지털 시대를 여는 첨병 역할을 하는 이들 직업들이 있는 반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일자리도 마련되고 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범퍼, 화면 보호 필름 등 부수기재 가격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 이를 취급하는 전문 인력이 등장했는가 하면 스마트폰 튜닝 기사까지 생겨나고 있다.
㈜SGP 대리점 정은섭 사장은 "대부분 액정 필름이 1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자칫 잘못 붙일 경우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름 등을 대신 장착해 주는 인력들이 생겼다"며 "한 장 붙이는 데 2천원 정도 들지만 손님들이 많아 보통 40분을 기다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박은영(28·여) 씨는 최근 3년간 지속됐던 백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주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꾸미는 일자리를 얻었다. 박 씨는 "서울 본사에서 2주간 스마트폰 튜닝에 관한 교육을 받은 뒤 대리점에 취직하게 됐다"며 "네일아트처럼 정교한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손 떨림을 막기 위해 술, 담배 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인자(32·여) 씨는 "스마트폰은 보상 판매가 없고 워낙 가격이 높은 탓에 저렴한 돈으로 스마트폰을 새것처럼 꾸밀 수 있어 폰 튜닝은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과외 교사도 떴다.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외' '스마트폰 테스터'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생겨났다. 스마트폰 과외는 메일과 캘린더 등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사용법과 작동법, 컴퓨터와 연결하는 법을 알려준다. 개인 교습 형태라 시급이 7천원~1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계정 등록하기부터 좋은 앱 추천까지 건당 500∼1천원을 받는 등 인기"라며 "대부분 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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