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인 모욕 행위는 스스로 천박함 드러낸 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분뇨를 뿌려 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4일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소에서 고인이 생전에 좌파 세력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60대 남성이 '분뇨 테러'를 가한 것이다. 현장에 살포된 유인물에 "친북 좌파 세력들이 전교조'전공노 같은 빨갱이 세력들을 돕고 국가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미뤄 묘소를 더럽히는 해괴한 짓으로 고인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2월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도 방화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 묘소 주변에 고인을 비방하는 유인물이 뿌려져 고인의 재임 당시 정책이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토가 이런 극단적인 방식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상대의 정치 노선이나 가치관에 불만을 갖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저급하고 비열한 짓은 비판이 아니라 모욕이자 저주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는 세력들이 고인의 과오를 지적하고 백안시하는 경향은 있어도 묘소를 훼손한 적은 없다. 비판은 하되 공과는 분별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떠나 상대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은 상식 이하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관용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죽은 이에게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더욱 조장하고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할 뿐이다. 두 번 다시 이런 험악한 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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