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거라는 예보를 접한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울긋불긋 단풍놀이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이웃들은 연탄 한 장의 따스함이 더 그립다. 그들의 싸늘한 연탄 화덕으로 매일신문의 작은 정성이 찾아갔다.
13일 매일신문이 마련한 3천600장의 '사랑나눔 연탄'이 매일신문 시민기자단과 멘토 기자 등 30여 명의 손에 손을 거쳐 대구시 북구 고성동 일대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된 것.
이날 봉사 참가자들은 골목 어귀에서 배달 가정까지 줄지어 릴레이식으로 '사랑연탄'을 전달했다. 이 동네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가 중 한 곳으로 골목이 좁고 구불구불해 차량으로 연탄을 각 가정까지 배달하기 어려워 품이 더 들고 일반지역보다 배달료도 더 비싸다.
"수십 년 낡은 집이지만 예전엔 문간방 월세 놓아 늙은이 혼자 근근이 먹고살았는데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세도 안 나간 지 한참 됐어요. 이렇게 어려울 때 찾아줘 너무 고맙고 잘 때겠습니다." 첫 골목집에서 추모(74) 할머니가 '연탄배달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매일신문이라는 말에 이모(49·여) 씨는 "대구에선 매일신문 아닙니까. 바쁘신 분들이 이렇게 직접 나와 서민에겐 생명과 같은 연탄을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라며 불편한 몸(장애 4등급)을 끌고 커피 한잔을 권하기도 했다.
한참 연탄을 옮기다 보니 이제 서서히 한 장 3.6㎏의 무게가 실감난다. 얼굴과 몸에 땀이 배어나오지만 함께 봉사에 나선 청소년들을 보면서 모두들 금세 힘을 낸다.
애독자 어머니를 따라 이날 행사에 함께한 권솔(18·강동고) 양은 "몇 년 전 매일신문이 마련한 농촌체험활동에 엄마랑 거의 다 참가했어요. 다른 봉사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연탄봉사까지 매일신문이랑 같이하게 됐네요. 매일신문이랑 인연이 깊은가 봐요"라며 웃는다.
시민기자 어머니를 따라온 김영진(사대부중) 군은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구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었어요. 첫 봉사인데 그늘진 곳을 보살피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기뻐요"라고 말한다.
시민기자들은 연탄 배달을 끝내고 난 후 서로 까맣게 변한 얼굴과 손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가 여기서 되레 사랑을 받아갑니다"라며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골목에서 마주친 한 주민이 "이 동네 모두 연탄 돌리느냐"고 했던 말이 내내 가슴에 남았다.
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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