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18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긴장감이 교실마다 가득하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분위기는 어떨까. 수능을 목전에 두고 경북의 구미고(공립)와 안동 풍산고(사립)를 차례로 방문했다. 학교 선정은 경상북도교육청의 추천을 받았다. 구미고는 타 지역 학생들의 유입 없이 높은 입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풍산고는 전국 단위 모집으로 개교 후 단기간에 빠른 성적 향상을 이룬 점을 주목했다. 대도시 학교에 뒤지지 않는 두 학교의 학력 향상 비결을 들여다봤다.
◆구미고, 지난해 수능 전과목 1등급 5명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은 구미고는 최근 대학 입시에서 전국 고교 중 상위 성적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구미고에 따르면 2010학년도 수능에서 각 영역별 1등급 수험생 비율이 전국 비평준화 일반계고 중 10위 이내로 들었다. 수능 전과목 1등급을 기록한 학생도 포항제철고(6명·경북 전체 31명)의 뒤를 이어 5명을 배출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18명, 경찰대 1명, 사관학교 9명이 입학하는 성적을 거뒀고, 의학계열에도 다수의 학생이 진학했다. 이는 대도시의 성적 우수 학교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구미고는 올해부터 세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학교로 지정을 받아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입시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고, 재직 교사의 절반을 초빙교사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수학·과학 교과교실제 운영으로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 구미고 1학년의 경우 수준에 따라 수학·과학 4개 반을 편성해 운영중이며, 2012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과학중점학교 운영도 올해부터 시작됐다. 과학중점은 수학 4개 과목, 과학 8개 과목, 과학융합·계열 과목 3개 과목을 개설, 과학고에 버금가는 커리큘럼을 세웠다. 학교 측은 "이런 변화들은 입학사정관제가 강화되는 향후 대학 입시 체제에서 이공계 진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고의 학업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다. 야간 자율학습과 별개로 오후 7시부터 100분간 진행되는 '야간 선택형 심화학습'이 그것. 언어·수리·외국어 영역별 심화 수업, 대학별 논술 면접 수업, 선택과목별 심화 수업 등 특화된 80여 개의 강좌가 요일별로 진행되고 있다. 야간 심화학습에 개설된 강좌를 살펴보면 고전시가, 비문학, 영어에세이, 화학 실습 등 수능 고득점을 위한 다양한 과목들이 마련돼 있다. 함인호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수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설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며 "내신 시험도 수능형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 곧 수능시험을 대비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술 대비 특강도 운영되고 있다. 1학년은 논술 기초, 2학년은 계열별 통합 지도를 실시하고, 3학년이 되면 통합 논술 및 논술 실전 지도를 한다. 특히 특수목적대학과 수도권 최상위권 대학 합격에 대비해 최상위권 그룹 학생들을 위한 소규모 논술 특강반도 운영한다. 해당 대학의 논술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심층면접 및 지필고사 등을 분석해 대비한다. 함 교장은 "구미고는 재학생의 절대 다수가 구미 지역 학생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우수한 학생들을 우리 지역에서 키운다'는 사명감으로 학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풍산고, 전국 100대 고교 중 자연계 24위
2002년 새롭게 개교한 안동 풍산고등학교(구 풍산종합고)는 최근 3, 4년 만에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학교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폐교 위기를 걱정해야 했지만, 현재는 대도시에서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전국 단위 모집(정원 90명)을 하는 보통과 1~3학년 학생(274명·상업과 제외)의 80%가량이 경북 외 지역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학교의 빠른 변화상을 실감할 수 있다. 재학생들의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과 광역시 출신이 56%, 타 시·도 25%, 경북 19% 비율을 점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구 출신 학생들의 증가. 현재 3학년에선 28명이지만, 2학년은 33명, 1학년은 40명으로 늘었다. 단위 지자체로는 대구 출신 학생이 가장 많다. 윤영동 풍산고 교장은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력 및 생활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여학생 비율(69%)이 남학생보다 높은 점도 철저한 생활관리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도시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입학 경쟁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학교 측의 분석에 따르면 신입생들의 학력은 3, 4년 전 전교 석차 상위 16% 안팎에 머물렀지만, 2010학년도에는 4%이내로 훌쩍 뛰었다. 경쟁률도 2007년 2대 1에서 2010년 4.7대 1로 크게 늘어났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풍산고는 2008년 경북도교육청 주관 학교평가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고, 2009년에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선도학교에 지정됐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사교육 없는 학교'에 선정돼 2012년까지 운영 중이다.
입시 성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풍산고에 따르면 2010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에서 전국 100대 고교 중 자연계열이 전국 24위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12명 등 수도권 대학에 81명이 합격(복수합격자 포함)하는 성적을 냈다.
풍산고는 재단(풍산교육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교사 정원(23명) 외에 10명의 교사를 더 충원해 수업을 맡기고 있다. 이는 '소규모 수준별 수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것. 학교 측은 "학반당 인원이 20명 안팎이고, 무학년제 야간 심화학습을 운영하다 보니 교사 증원이 필요했다"며 "야간에도 언어·수리·외국어 및 논술 과목 심화 강좌를 열어 대학 입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도·요가·태권도·피트니스 등 1인 1특기 교육과 명사 초청 특강, 전교생의 3분의 1이 받는 장학금 혜택, 해외 어학연수 지원은 풍산고만의 특징이다. 윤 교장은 "이달 초 가진 입학설명회에서 250여 명의 학부모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고, 수도권 대학들이 직접 입학팀을 보낼 정도로 학력 향상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2011학년도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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