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금융위기로부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지만 내수시장의 취약성을 들어 '경제 맷집'은 여전히 약골(弱骨)이라는 진단이다. 외풍에 자유롭지 못하다. 외부 종속형이라는 것이다.
시선을 대구로 돌려보자. 대구는 어떤가? 맷집은 충분한가? 그보다 외풍과 외압 그리고 외부의 환경변화를 극복할 만한 체력은 갖추고 있는가? 구성원들의 자세는 어떤가? 어느 질문에라도 시원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15년(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기간) 만의 TK 집권이라고들 하지만 덕(?)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3년이 흘러 버렸다. 그동안 수많은 사업과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울로, 서울로 전달됐다. 올라가는 소식은 어마어마한데 내려오는 답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그런데 내년에는 긴축재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TK정권이라도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다. 각종 사업은 축소나 지연이 불가피하다. 기댈 언덕이 별로 없는 대구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긴축재정이라는 '외풍'에 너무나 약하다. 2010년 11월, 대구의 현실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문화예술 분야의 대구 살림살이를 살펴보자. 서울서 외면하면 달리 길이 없다. 공연문화도시를 표방은 해놓고 유일한 생명줄인 서울서 돈을 깎자고 하니까 고민에 빠졌다. 외풍에 속수무책이다. 더 종속형이다.
서울의 한 평론가는 대구오페라축제 예산이 14억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적'이라고 했다. 서울 국립오페라단의 한 작품 비용이란다. 그런데 내년에는 그마저도 줄어든다니.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못하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또 다른 브랜드인 뮤지컬축제 역시 마찬가지 운명에 처해 있다.
돌파구는 없는가? 예산을 주는 서울 사람들의 손길에만 매달리다 지금과 같은 난감한 상황을 맞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대구호'에 타고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아직 12척이 남아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다면 너무 거창한가? 우리에게는 '민간'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남아 있다. 정부에서 돈이 없다면 공적인 부분보다 더 잘 돌아간다는 민간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실현만 된다면 관(官)이 주도하는 사업보다 생명력도 더 강할 것이다.
21세기는 민(民) 주도의 시대다. 기업을 찾아가서 호소하고 이 과정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대구는 주는 것만 받아먹는 약골의, 자생력 없는 도시가 된다. 대구시 전체로는 너무 덩치가 크니까 당장 큰돈(?)도 아닌 문화예술 분야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 보자. 21세기에 문화 분야보다 더 고부가가치 산업은 없다. 자, 리허설한다는 마음으로 나서라.
한편 부산 사람은 코웃음을 칠 일이지만, 대구 사람들이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부산에서는 메세나 운동이 활발하다. 1기업 1문화단체 지원 방식도 있다고 한다. 한없이 부러운 일이다. 기업이 부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부산에는 대기업만 있는 것도 아닌데 대구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내년에 예산이 줄어들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하소연에 가을이 다 지나가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이동관(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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