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진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고등학교의 '1인 1책 쓰기'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책쓰기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고는 5, 6일 교내에서 보고회와 책축제를 개최, 그간의 성과물을 전시하고 책쓰기를 통한 창의성 교육과 자기주도적인 진로 모색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북고 측은 "교과 수업과 책쓰기 교육을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물론 글쓰기 능력 배양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며 "전시회장에선 '일반계 고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가능하구나'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경북고는 지난해 3월부터 1학년생을 대상으로, 또 올해는 1· 2학년 1천100여 명을 대상으로 '1인 1책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학기 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이나 진로 또는 탐구과제를 정한 뒤 10월 말까지 A4 30페이지 분량의 책을 만들어내도록 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책쓰기 강의는 문학수업 시간이나 재량활동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학생 저자'들이 만들어 낸 성과는 놀라웠다.
2학년 조민섭 군은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VANK)를 주제로, 외교관이 꿈인 자신의 진로를 설계했다. 조 군은 "중학교 때 중국을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의 역사가 왜곡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민간 차원에서 이런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사이버 외교 사절단으로 자연스레 연결됐다"고 했다. 조 군은 "책 쓰기 때문에 공부 시간이 뺏긴 적은 없었고, 오히려 내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좋아했다.
1학년 방우준 군은 '우준이가 들려주는 곤충이야기'로 생명공학·곤충학자를 꿈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을 펼쳐보니 사슴벌레를 키우며 관찰한 곤충일기와 각종 자료들이 꼼꼼하게 페이지를 메우고 있다. 방 군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사슴벌레를 키운 경험을 책에 담았다"고 했다.
전시회에는 이외에도 학교 매점을 주제로 한 '매점', 시집, 소설, 음악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 못지않은 내용을 보여준 '메이드 인 차이나', 꿈과 고민을 서술한 '자네 돈 버는 기계가 되고 싶나' 등의 재미있는 책들도 있었다.
경북고 김언동(국어) 교사는 "책쓰기를 통한 진로교육이 일반계 고교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며 "무엇보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학생들이 책쓰기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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