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논술이 부활하고 있다

한준희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한준희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최근 '논술'이란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논술이 부활하고 있다'는 제목을 지닌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어느 신문에서는 논술이 시험 직전에나 수험생들이 몰리는 일종의 '시즌 상품'에서 연중 수강생들이 들어찬 '사계절 상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술이 언제는 죽었었나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2010년 가을에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05년부터 불었던 몇 년 동안의 광풍에는 비견하지 못하겠지만 이처럼 논술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전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선 수시모집에서 논술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수시 미등록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않고 수시 예비합격자 중에서 뽑기 때문에 현실적인 비중은 더 늘어난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지난해 24곳에서 올해 37곳으로 늘어났다. 경희대 1차 일반학생전형, 동국대 1차 일반전형, 이화여대 1차 일반전형, 한양대 2차 일반우수자전형 등은 모두 논술을 중심으로 치르는 전형이다. 지역 대학인 경북대학교에서도 논술우수자전형으로 584명을 선발한다. 서울대와 서울교대는 정시에서도 논술을 본다. 논술적인 사고과정이 필요한 심층면접을 비롯한 구술면접고사 대상자까지 합치면 논술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서술형 평가 확대도 논술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술형 평가는 주어진 답을 선택할 수 있는 암기 위주의 선택형 평가가 아닌 주어진 문제에 대한 비판력, 분석력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서술형 평가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논술의 비중은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과 역관계에 있었다. 2008학년도 시험에서 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변별력이 약해져 논술 비중이 커졌다. 2009학년도 이후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점수제로 바꾸면서 논술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대안을 논술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이 지닌 시대적인 흐름이다. 객관식으로 이루어진 수학능력시험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논술시험이 강화되면 고액 논술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볼 때 논술의 부활은 긍정적인 의미가 훨씬 더 크다. 논술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길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이다. 더 나아가 '대화가 가능한 사회' 혹은 '토론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한 능력을 지닌 인재가 바로 미래형 인재이다. 수학능력시험이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대학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대로 걸러지지 않은 입말을 그대로 활자화하는 것에 익숙해진 현재의 아이들에게 논술은 분명 어려운 과제이다. 더구나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어려워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학교교육이 바로 서는 길이고 아이들이 바로 서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 편의 정제된 글은 단순히 형식을 다듬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통찰하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성된 인재를 이 시대는 필요로 한다. 사실 사교육의 주범은 수학능력시험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구조상 대학입학시험에 수학능력시험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으로 존재하는 한 주입식 공부, 일제식 수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자기 계발에 소홀한 교사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사교육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 다음 글:논술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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