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3' 대형마트 가격파괴 이면에 납품업체 신음이

"단가 정해주면서 납품 지시" "요구 거절하면 재계약 못해"

"1년 내내 싸게 팝니다" "경쟁 마트보다 싸게 팝니다" 등 '빅3'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저가 가격공세에 나서면서 애꿎은 납품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형마트 간의 가격할인 경쟁이 혼탁해질수록 납품업체들이 가격인하 압력을 떠안게 돼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는 것. 일부 납품업자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일 경우도 허다하지만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장사는 끝"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빅3 대형마트 중 두 곳에 생필품을 납품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자나 하청업자들을 협력업체라고 표현한다"며 "대형마트들이 가격할인 행사 등을 할 때 협력하는 업체가 '협력업체'일 뿐 이 때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바로 '비협력업체'로 떨어져 재계약은 물건너가게 된다"고 했다.

이런 대형마트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은 상품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마트에 찜질팩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에 근무했던 문모(39) 씨는 "원래 제품 단가는 2만8천원 짜리이지만 업체 측에서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2만3천원 짜리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라'고 정해 주기까지 했다"며 "결국 업체에서는 질 낮은 자재를 사용해 저가로 눈속임 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대형마트 납품의 실체"라고 밝혔다.

특히 올들어 빅3 대형마트의 대대적인 가격 전쟁이 계속되면서 물량 부족과 상권 인근 중소 유통업체의 매출 감소, 협력업체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당장에 100원, 1천원의 이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겠지만 이 같은 가격 전쟁이 산업 전반의 토양을 흔들어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할인 상술은 자신들의 이윤만 불릴 뿐 소비자들에게 조삼모사나 다름없는 술책"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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