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광저우] 암표상들 인기종목 입장권 '싹쓸이'

한-중 축구 입장권 가격 50배 치솟아… 일부 표 매진 경기장 곳곳에 빈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남자축구 16강전이 열린 15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티움 인근에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한인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겨우 표를 구한 한인들은 영사관에 요청, 중국 관중과 격리된 별도의 공간에 모였지만 그 수가 300~4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4만여 명의 중국 관중 속에 마치 외로운 섬처럼 보였다. 김모(43) 씨는 "한인체육회에서 대규모 응원단을 꾸리려 했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많이 오지 못했다"고 했다.

안방에서 공한증 징크스 탈출을 기대했던 중국인들도 표를 구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 입장권 상당수가 암표상에게 돌아갔기 때문. 이날 공식 입장권 가격은 20위안(3천400원 정도)이었지만 1천위안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광저우 한인체육회 150명도 티켓 가격의 30배인 300위안을 주고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이처럼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암표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암표상들이 인기종목의 표를 싹쓸이해 많은 관중이 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관람을 하지 못하거나 거액의 웃돈을 주고 경기 관람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진이 된 경기임에도 관중이 거의 없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남북 축구대결이 펼쳐진 8일 웨슈산 스타디움은 경기장이 텅텅 비다시피 했다. 광저우 대회조직위원회가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3만석의 표 가운데 3천석만을 발매한데다 그나마도 암표상들이 대부분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은 표를 구하지 못했다. 한인들에 따르면 대회 입장권은 사전 인터넷 예매와 은행창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현지 정보가 빠른 중국인들이 먼저 선점하는 바람에 한인들로서는 공식 발매되는 표를 구하기 쉽잖다는 것.

13일 한국과 대만의 야구 경기가 열린 아오티 베이스볼필드에서도 암표 때문에 해프닝이 빚어졌다. 10위안짜리 표가 경기시작 2시간 전에 3천 위안까지 치솟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발길을 돌린 관중으로 경기장은 곳곳이 빈자리로 남았다. 3천석 규모에 총 관중 수는 665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은 탁구는 공식 가격 30위안의 10배 가격에, 류샹이 출전하는 남자 110m 허들 경기가 열리는 22일과 24일 광저우 아오티 메인스타디움 입장권은 정가(80위안)의 20배에 달하는 1천600위안에 인터넷상 거래되고 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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