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문제로 대구시와 구미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쪽은 남의 집 마당에 우물을 파는 격이라고 발끈하고 있고 또 한쪽은 형제자매가 나눠 먹을 공동의 큰 우물을 만드는 일이라며 당황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오랜 세월 낙동강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해 온 핏줄로 맺어진 사이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을 하지만 피 같은 형제지간인 대구경북이 물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싸움을 하고 있다. 대구시가 자기 쓸 물을 남의 행정구역에서 퍼오려고 하면서 정작 당사자에게는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한 것이 화근이었다.
또 구미시민들이 반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결사반대를 외치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과연 취수원을 이전할 의지가 있는지, 구미시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시민의 건강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도 얽힌 매듭을 풀지 못하는 대구시의 행정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청계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수천 번 시장상인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했던 서울시의 교훈적 사례가 있는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먹는 물의 본질에 관한 부분이다. 물은 인간의 생명물질로서 아무 물이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국내외 사례에서 보듯이 고비용의 엄격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금강과 영산강 수계는 1996년과 2009년 취수원을 대청댐과 주암댐으로 이전을 완료했고 한강수계의 경우 잠실수중보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 중이다.
외국의 경우 취수원 확보에서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은 뉴욕시에서 200㎞ 떨어진 캐츠킬산맥 상류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고, 오스트리아 빈은 전염병이 창궐하자 이미 100년 전 상수원을 만년설이 녹아드는 알프스산맥 상류로 이전했다. LA의 경우도 400㎞나 떨어진 콜로라도강까지 도수로를 연결하고 심지어 715㎞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대구시의 경우는 어떠한가? 상류의 산업단지를 거치면서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된 강물을 수백~수천억원을 들인 고도정수 방법을 동원해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취수원 상류 40㎞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곳은 대구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구는 1991년 페놀유출 사건에서 지난해 1,4 다이옥산 오염사고까지 총 7차례의 수질오염 사고를 겪었다.
구미폐수종말처리장에서 99.8%의 정수 처리를 하고 있다지만 문제는 미량유해물질이나 미확인 신생화학물질인 만큼 낙동강 정비 사업을 통해 수량이 많아지고 물이 맑아진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가 상수도 수질문제를 들어 위천국가공단 조성을 반대했다고 해서 대구시가 구미산업단지의 폐쇄나 축소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달 9일 대구시의회가 취수원 이전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구미시는 공식적인 불참을 통보했고 방청석에 있던 구미시의원과 구미시민단체의 의견만을 들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12일 대구시의회가 경상북도의회를 방문하여 취수원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해 2시간 30분 동안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 양 의회 차원의 해법에 공감을 이룬 바 있다.
문제가 있으면 해법은 있다. 대구시가 구미시민과 대화하고 그분들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을 만들어 구미시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우려를 감소시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국토해양부가 중심이 되고 광역상수도 수혜지역인 대구시와 구미시, 김천시, 상주시, 성주군, 고령군, 칠곡군 7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든다면 더욱 용이할 것이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행보를 촉구한다.
양명모(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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