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하략)
1998년 경상북도 안동시의 한 야산에서 택지 개발 중 발굴된, 1580년대에 죽은 한 남자의 무덤에서 나온 아내의 편지다. 남편이 병으로 요절하자 아내는 '검은 머리 희어질 때까지 같이 살자고 해놓고 먼저 떠나 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과 사랑, 앞으로 살아갈 막막한 세월'에 대해 편지를 썼다. 이 안타까운 편지는 4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퇴색하거나 썩지 않았고 끝내 세상에 드러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편지를 바탕으로 탄생한 오페라 '원이엄마'가 12월 1일과 2일 오후 7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6년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2009년 경북 안동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했던 작품을 수정해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이다.
오페라 '원이엄마'는 피어 있을 때 모습 그대로,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능소화' 꽃을 매개로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을 사랑과 이기지 못할 슬픔에 대해 노래한다.
박창근 총감독은 "오페라 '원이엄마'는 운명에 의해 훼손된 사랑과 사랑에 의해 거역된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며 "불행한 운명이 닥칠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택했던 420여 년 전 여늬 부부의 불멸의 사랑에 대해, 또 부부의 아름답고도 애틋한 사랑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세상에 온 팔목수라의 서글픈 운명에 대한 노래"라고 밝혔다.
주인공 여늬 역에 소프라노 김인혜·마혜선, 여늬의 남편 응태 역에 테너 박현재·임제진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이연성·김대엽, 구본광, 권용만, 김광현, 하형욱, 박정아, 김희주, 최정숙, 김정화, 임경섭, 송성훈, 도파라 등이 출연한다. 동부 민요 박수관 명창이 특별 출연해 상여가를 부른다. 작곡 조성룡, 연출 안호원, 지휘 박인욱, 합창 지휘 박영호, 안무 박현옥. 053)666-6000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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