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35)대구시 남구청 행정지원과 인사팀 '부성'

"겨울엔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동태국이 최고"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이든 혼자서 잘 지낸다. 음식점에서도 혼자 앉아서 자기만의 흥밋거리를 즐기며 음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년들은 다르다. 밥을 함께 먹어주는 밥 동무가 필요한 법.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해야 밥맛도 있다. 혼자 밥먹는 모습은 무언가 어색해 보인다. 그래서 '혼자 밥먹지 마라'란 책도 있지 않은가. 대구시 남구청 행정지원과 인사팀. 퇴근 후 가끔씩 함께 의기투합하면 "부성으로 GO"를 외친다. 부성은 팔래스호텔(구 가든호텔)옆 골목길 양푼이 동태찌개 전문집이다. 남구청 이기회 인사 담당은 "겨울엔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동태국이 최고"라고 적극 추천한다.

겨울의 문턱이다. 직장인들은 퇴근 때가 되면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는 법. 남구청 인사팀은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동태찌개 전문점 '부성'을 찾는다. 남구청에서 5분거리인 팔래스호텔(구 가든호텔) 뒷골목 안집이다. 전통 기와집이라 내집에 온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든다. 음식은 소박하다. 마치 시골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처럼 따스한 손길이 느껴진다. 결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동태 특유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주방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은 박미화(48) 대표의 손길을 거친다. 박 대표는 젊은 시절 10년 동안 레스토랑을 경영했다. 대전에서 4년간 복집을 했고, 대구에 내려와 들안길에서 아구찜 전문집을 경영한 화려한 경력이 있다.

4년 전 이 곳에 개업할 때는 닭백숙 전문집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태찌개 전문집으로 더 유명해졌다. 커다란 양푼이에 가득담겨 나오는 동태찌개는 보기에도 푸짐해서 좋다. 그을음에다 찌그러진 양푼이는 어쩐지 이 집의 음식 역사를 전해주듯 정겹다. 주문 후 오래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강력한 불에 빨리 익혀서 음식의 제맛을 내는 양푼이 음식의 매력이다. 10분 정도만 끓이면 얼큰한 양념과 구수한 국물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육수는 동태에서 우려낸 것을 사용한다. 10여 가지의 양념과 어울린 국물은 깊은 맛이 있다. 인사팀 권지영(41) 씨는 "요즘은 동태가 제철음식 아니냐"며 "국물이 푹 우려난 동태찌개는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특유의 맛으로 먹을 때마다 행복감이 든다"고 말한다. 인사팀의 최규완(44) 씨도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은 전날 술마신 뒤 속풀이로는 최고"라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기본 반찬은 김치와 깍뚜기, 마른 반찬, 시금치에다 고추장아찌와 더덕장아찌는 특유의 맛을 낸다.

동태찌개가 깊은 맛을 내는 비결에 대해 박 대표는 "우선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과 "음식 전에 동태 손질을 잘해야 동태의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별다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 집의 특징. 양념은 모두 국산이다. 그래야 감칠 맛이 난다는 것. 동태찌개만으로도 이미 포만감이 느껴지지만 마지막 선물이 있다. 남은 국물에 끓인 라면사리다. 끊임없이 입맛을 유혹한다. 요즘에는 점심시간에 60개의 자리가 꽉 찬다. 예약을 안하면 양푼이 동태맛보기는 내일로 미뤄야 한다. 이기회 인사담당은 "요즘 이 가격에 제대로 된 동태 맛을 맛보기가 쉽지 않다"며 "수 년째 숨겨 놓은 단골집이 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백숙과 닭도리탕을 즐기는 술 손님들이 많다. 닭은 거창에서 온 토종닭이다. 양푼이 동태찌개는 1인분에 5천원. 양푼이 돼지갈비찜 7천원이며, 궁중약백숙(3만5천원), 토종닭과 해물의 만남인 전복한방백숙(5만8천원) 등은 4, 5명이 먹기에도 충분하다. 이 밖에 토종양삼계탕 1만2천원, 전복약삼계탕 1만5천원, 오골계백숙 4만원 등의 메뉴가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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