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만나면 좋은 친구'란 가사의 방송사 CM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존재야말로 가장 좋은 벗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땀냄새 진동하는 한 체육관에서 만난 배우 정겨운이 그랬다.
친구라 불릴 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포스 내지는 무드 등은 분명 '행복 바이러스'급이었다. 사실 남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정겨운의 점수는요? 99점"이다.
#연우와 애정신 많이 없어 아쉬워
최근 정겨운은 SBS 월화드라마 '닥터챔프'에서 유도 국가대표선수 박지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중 그는 10년 전 전국체전을 휩쓸며 국가대표로 당당하게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지만 매번 유도 천재 유상봉(정석원 분)에게 가로 막혀 국제경기에 출전조차 못해본 비운의 2인자 박지헌을 연기했다. 특히 국가대표 주치의 김연우(김소연 분)와 만들어가는 알콩달콩 티격태격 하는 사랑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안그래도 연우와 애정신이 많이 없어서 작가님과 통화도 많이 했어요.(웃음) 솔직히 도욱(엄태웅 분)과 희영(차예련 분)은 진한 키스신도 몇 번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헌과 연우는 그런 분위기를 낼 만한 것이 없어 허전했죠."
그는 '진담 반, 농담 반'이라며 애정신이 많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급기야 그는 일반 촬영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연장'에 대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제작진이 연장에 대한 의견을 내기 마련인데, 배우가 스스로 이런 뜻을 밝힌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실 '닥터챔프'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진지한 스포츠 휴먼드라마거든요. 그래서 유도 장면도 많이 나오고, 때문에 운동하는 모습이 상당히 주를 이뤘고요. 그러니 멜로 분위기를 낼만한 상황이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을 했고, 그 뜻을 이루려면 연장을 해야겠는데, 오히려 제작진이 말리던걸요? 하하."
#가장 아끼는 작품 중 하나 '닥터 챔프'
정겨운은 정말 멜로신이 부족한 것 때문에 연장을 주장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의 의중은 분명 '닥터챔프'란 드라마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지게 했다. "제 연기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가끔씩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으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언제가 되든 '닥터챔프'를 꼭 빼놓지 않을 겁니다."
극중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나오는 까닭에 그의 비주얼 또한 실제 선수 같은 느낌이 묻어나야 했다. 요새 흔히 '짐승남'이니 '초콜릿 복근' 또는 '식스팩'이라 불리는 선이 살아있는 복근과 탄탄한 근육을 선보여야 했던 것. 그런데 TV를 통해 본 그의 알몸은 실로 대단했다. 정말 군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근육남'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30분 투자로 '살아있는 복근'
"정말 자랑은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었어요. 어머니가 키도 크시고 여성치고 덩치도 있으신 편인데, 제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거든요. 그래서 어깨도 넓은 편이고 해서 지금의 몸은 운동으로 불린 것이에요. 물론 제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죠. 아무리 일이 바빠도 최소한 30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니까요. 멋진 몸을 만드는 것은 자기하기 나름이에요.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면 분명 달라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 한마디 풀어가는 그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우선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그것은 확신이나 신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그는 낙천적이었다. 개그맨처럼 시종일관 웃음을 묻어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훈훈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달랐다. 이런 그의 매력을 정리해 보니 요즘 유행하는 '훈남'이란 단어와 잘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참 잘생겼으니 '훈남'이란 타이틀이 잘 어울렸다.
#눈'코'입 작지만 조합은 잘된 편 '자평'
"글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솔직히 제 스스로 잘생겼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정감 있다 정도랄까요?(웃음) 얼마 전에 영화 '아저씨'를 봤는데, 바로 원빈 같은 분이 잘생긴 분이죠. 저는 전체적으로 소극적으로 생겼어요. 눈도 코도 입도 다 작고 오밀조밀해서 말이죠. 다만 조합이 좀 잘 됐다는 생각은 해요. 하하."
그래서일까. 정겨운은 자신이 가장 멋있어 보일 때로 '눈을 크게 떴을 때'를 꼽았다. 사람의 눈이 총명해 보이고, 힘 있어 보일 때가 눈을 크게 뜰 때 아니냐며 이번 작품 전까지만 해도 찌질남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박지헌 역을 맡아 눈에 힘을 많이 줬더니 대중들의 인식도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정겨운의 말대로 박지헌이란 캐릭터는 정겨운이 박지헌이고, 박지헌이 정겨운인 것처럼 무척이나 닮았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그의 모습에서 만화 짱구가 떠오른다고도 한다.
#만화 '짱구'와 닮았나요?
"하하. 안 그래도 그런 소리 들은 적 있어요. 짱구와 좀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짱구가 머리가 좀 작고, 얼굴이 부은 듯 보이잖아요. 저도 상대적으로 머리가 작아요. 그래서 야구모자 같은 것이 잘 안 어울리죠. 어쨌든 짱구를 닮았다는 소리가 나쁘지 않아요.(웃음) 사실 저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닮았다는 소리가 더 좋지만요. 하하."
그는 내년에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공자의 말대로라면 서른은 '이립'(而立), 즉 모든 것의 기초를 다지는 때이다. 그래서 우리는 20대에서 30대로 접어드는 청춘의 환승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인생의 궤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까지 이뤄온 것을 더 잘 가꿀 수 있는 틀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스타의식을 가진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제 직업이 배우라는 것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달리 좀 특별한 듯한 삶을 살지만 그래도 실생활에서는 평범한 모습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일과 가정이 모두 순탄하게 사는 것이 제 꿈이에요. 지금까지 몇 년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성이 좋은 배우 '정겨운'으로 오래 기억되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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