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이 도시를 살린다]'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

"그림과 주민 함께살기…통영 브랜드로 정착"

재개발구역이 된 가난한 산동네를 전국적 명소로 만든 것은 '푸른통영 21' 윤미숙(48) 사무국장의 '발상의 전환'이다. 동피랑 마을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자, 윤 국장은 마을을 살리기 위해 '벽화'를 그려보자고 제안했다. 체념한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벽을 허락해주면 동네를 떠나지 않도록 만들어보겠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가난한 마을의 벽마다 화사한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하루 수백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 됐어요." 네티즌들은 동피랑 마을의 이미지를 부지런히 퍼나르고 여행사 관광 상품으로까지 등장했다. 동피랑은 어느새 통영의 고유 브랜드가 된 것이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작은 마을은 '벽화'라는 발상의 전환을 만나 일약 떠오르는 마을이 됐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저마다 동피랑 마을을 돌아보며 벤치마킹하려고 애쓴다. 벽화 마을은 전국에 30여개나 되지만 동피랑 마을이 유독 전국적 명소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윤 사무국장은 "현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점이 관심을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림 속에서 할머니가 걸어나오고, 그 그림과 더불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또 동피랑 마을이 통영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이란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2년마다 새롭게 공모전을 실시해 다양한 벽화를 선보이는 것도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늘 새로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관광 명소가 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윤 사무국장은 "외관은 화려하지만 그 속에 있는 주민은 쓸쓸하다"면서 "관광객의 방문이 주민 소득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 방안이 아직 없다"며 아쉬워했다. 윤 사무국장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통영시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피랑 마을이 언제 다시 재개발될지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다.

"이곳은 주민들의 희생과 마을을 지켜내려는 작가들의 마음들,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져 만들어진 곳입니다. 앞으로도 그 초심을 지켜나갈테니 지켜봐주세요."

최세정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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