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기 몸부림 (주)서광무역 임직원의 각오

김대균 사장
김대균 사장
18일 오전 찾은 ㈜서광무역은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어느 기업보다 활기찼다. 내년 중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할 예정이다.
18일 오전 찾은 ㈜서광무역은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어느 기업보다 활기찼다. 내년 중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할 예정이다.

서광무역의 기업이력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파란만장하다'란 표현이 꼭 맞을 겁니다. 흥하였던 때와 힘들었던 때가 극명하게 갈리고 후자의 파장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1994년 원사파동과 연이어 닥친 1997년 IMF, 그리고 올해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로 인한 법정관리 상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은 200여 명의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이겨냈습니다. 원사파동으로 모든 화섬제직업체가 원재료수급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저희는 ㈜한국합섬-현재 ㈜HK을 찾아 한국합섬의 최고경영자와 독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재료 지원을 약속 받았고 무난한 생산과 수출이 진행되는 초석을 다졌습니다. 남들은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동분서주해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외환위기 역시 차별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7월 동남아 외환위기, 11월 정부의 IMF 구제금융신청으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외환 대란 속에서 하루게 다르게 기업체들이 쓰러져 갔습니다. 그러나 서광은 오히려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연후가연기, 팬시기 등은 그 당시 설비한 IMF 유산입니다. 이 때부터 저희는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생산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든지,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한다는 등의 이론은 이미 교본화 돼 있지만 '어떻게 실천하느냐'를 보여 준 대표적 사례라 생각됩니다. 키코의 후폭풍도 거셌습니다. 키코 탓에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조차 존립의 위기에 봉착했던 2008∼2009년.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거의 파산 직전에 몰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진퇴양난의 답답함 속에서 두 차례 큰 파도를 넘었던 일을 교훈삼아 결연한 의지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오뚝이처럼 말입니다. 올해 1월 대구지방법원 파산부에 화의신청을 했고 지난 7월 인가를 얻었습니다. 그간 신뢰경영과 더불어 사는 경영을 협력업체와 채권단에 손수 보여준 까닭에 법원에서조차 놀랄 정도로 화의 과정이 순조로웠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고, 채무상환계획이 건전해 이뤄진 성과라 생각됩니다. 특히 법정관리에서 조기 졸업하겠다는 임직원들의 강한 의지를 인정하였다는 의미라 해석됩니다.

이런 응원 속에 현재 전 직원들은 똘똘 뭉쳐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각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현재도 법정관리 조기졸업을 위해 전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상거래 채권자에게 미지급된 채권(회생채권)만큼은 법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 피해가 되지 않도록 변제할 것을 약속했고 지난 1월부터의 상거래 대금은 당월 현금 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이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저희는 이렇게 바꿔 부릅니다. '성공의 반대는 포기라고….' 단념하지 않고 재도전할 때 비로소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른 회사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이력은 아니지만, 현재 쇠퇴하는 섬유산업의 도시 대구에서 옛 명성을 되살리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안으로는 서광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더욱 더 단단히 하고 수출, 기술 개발 부문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끝까지 도전해야 하는 사명감이 샘솟는 까닭입니다. 서광무역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내년 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하는 것을 약속 드리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을 다짐합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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