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토다큐] 낙동강 준설공사 한창인 철새 도래지 '구미습지'

낙동강 구미 숭선대교 상류 1㎞에서 하류 괴평리까지 7㎞에 걸쳐 펼쳐져 있는 구미습지. 낙동강변의 넓은 모래톱과 깨끗한 물이 있는 전형적인 자연형 습지로,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이곳을 찾는 철새들은 1만5천여 마리에 이른다.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도 단골손님이다. 매년 겨울이 오기 전 서식지인 시베리아에서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를 향해 이동하다 먹잇감이 풍부한 구미습지에 내려 쉬었다 간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구미시에 따르면 올해 구미습지를 찾은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수는 각각 1천140여 마리와 10여 마리로 파악됐다. 2천500여 마리가 찾았던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이달 11일 기자가 찾은 구미습지는 본새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모래톱이 있던 자리엔 강바닥에서 퍼낸 준설토가 쌓여 모래 언덕을 이뤘다. 습지 양안의 광활한 농경지도 덤프트럭이 하천에서 실어온 모래를 쏟아부어 황무지로 둔갑해 있었다. 다만 철새보호를 위해 일시 공사가 중단된 습지 안 하중도의 모래톱은 그나마 보전되고 있었다.

하중도에서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8마리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새끼 1마리를 발견했다. 녀석들은 긴 여정으로 지친 날개를 접은 채 잠을 청하려는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굴착기 두 대가 덤프트럭과 한 조를 이뤄 하중도 모래톱 앞까지 바짝 다가와 새 삽을 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고개를 처들더니'꺼이 꺼이'울며 이내 날아올랐다. 한참을 배회하다 쉴 곳이 마땅치 않은 듯 강 하류 쪽으로 날갯짓을 하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8년 구미습지 재두루미 집단 폐사 사건을 기억할 때라고 충고한다. 재두루미 38마리가 마을 농경지에서 농약 묻은 볍씨를 먹고 떼죽음을 당한 사건 이후 사람들은 구미습지에 감시원을 배치하고 겨울에 먹이를 주며 두루미들을 정성껏 보호했다. 그 결과 죽음의 땅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고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구미습지는 보전과 황폐의 기로에 서 있다.

경북대 조류생태연구소 박희천 교수는"지금부터라도 하중도를 보존하고 대체습지를 조성한다면 학습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두루미의 습성상 구미습지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람을 위한 생태공원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진정 새들만을 위한 습지로 만드느냐 그 판단을 현명하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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