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맘에 들만하면 이미 '품절남'…내 반쪽 어딨는거니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이에 오직 결혼만 노린 계집애들이 쓸 만한 남자들을 다 채갔다니까. 새벽 도서관에 한 번도 간 적 없고, 독서는 패션잡지 뒤적이는 걸로 대신하고, 자기계발은 성형외과 드나드는 게 전부인 줄 알던 여자애들이 남자들을 다 채갔다고." 몇 년 전 모 방송 드라마에 소개돼 대한민국 골드미스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명대사다.

대학졸업 후 원하는 자리까지 쉼없이 달려온 골드미스. 이제 한숨 돌리며 사랑도, 가정도 이루고 싶지만 주위에 괜찮다 싶은 30대 남자들은 이미 20대 여성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보다 젊은 20대 여성들이 골드미스의 인생에 태클을 걸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바뀌고 있는 신결혼풍속도와 무관하지 않다.

김성수 결혼플래너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남성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20대 중·후반 여성을 소개받는 일이 흔하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서른 넘기면 결혼하기 어려워진다'는 충고를 듣고 마음이 급해져 결혼을 위해 노력하는 20대 중반의 여성도 있고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구직을 포기하고 '취집'(취업 대신 시집가기)을 원하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도 느는 추세다"고 설명한다.

20대 여성 외에도 골드미스들의 인생에 끼어드는 적들은 사방에 깔려 있다. 눈높이를 한참 낮춰봐도 골드미스들이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일명 '저프로필 남성'들조차도 골드미스보다는 국제결혼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인구만큼의 골드미스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골드미스들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골드미스의 첫 번째 조건이자 장점인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유지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부모 회사라면 모를까. 삼팔선, 사오정시대에 안전한 직장은 사실상 없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진하자면 정시 출퇴근은 꿈도 꾸기 어렵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도 살아남기 힘든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경력과 재테크 모두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골드미스에서 올드미스로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다.

대기업 간부로 근무하다 최근 명퇴한 차지원(38·여) 씨는 얼마 전 골드미스에서 올드미스로 전락했다. 골드미스 때는 바빠서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에 나갈 여유도 없었던 차 씨는 여유 있게 맞선시장에 나갔다가 심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골드미스도 아니면서 무슨 배짱으로 아직도 결혼을 안 했느냐?'고 말하더군요. 농담이긴 했지만 순간 제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차 씨는 다시 골드미스가 되기 전까지 가정을 꾸리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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