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란 교육이 중앙정부와 일반행정으로부터 분리'독립하여, 건전한 인성을 갖추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하여 시행된 제도로서,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시'도 교육감도 각 교육위원회에서 간선제로 선출하다가, 개정된 법률에 따라 지난 6월 2일에는 주민 직선으로 뽑았다.
교육감은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의 수장이다. 교육자치 시행 이후 권한과 재량권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교육감은 교육을 받는 학생,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양측에서 교육의 방법에 대하여 각기 다른 요구를 받고 있다.
우선 초'중등교육의 대상인 학생이 미성년자이므로 학부모들의 요구가 드세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소망은 오로지 자녀교육이다. 특히 서민들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 진학해서, '좋은 직장' 구하고, '좋은 배우자' 만나서 '특별시민'으로 신분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방에 사는 학부모들은 수도권 학부모보다 자녀교육의 시름이 더욱 깊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좋은 직장이 수도권에 다 몰려있다 보니, 지방대 졸업장 가지고는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취업이 쉽지 않다. '지방대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평생토록 따라다니니, 학부모들은 등록금과 연간 2천여만 원이 넘는 유학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수도권대학으로 보내려고 애쓴다. 지방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적지 않은 수가 수도권대학 편입이라는 '제2의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의 현장에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교육자로서의 긍지와 함께 학생지도에 몸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훌륭한 인격체의 건전한 사회인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최근 어느 중학교에서 여교사와 여학생이 머리채를 잡고 싸운 사건은 교사들에게 정말 견딜 수 없는 아픔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에게 '학교는 졸업장 따는 곳', '학원은 공부하는 곳'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자신의 자녀들을 '좋은 대학'인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시켜줄 수 있다고 믿지 않기에,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무리해서 학원에 보낸다.
이렇게 공교육의 현장이 맥없이 사교육에 무너지면서, 정부는 교원평가제'학원파파라치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사건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5일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의 존엄'가치'자유'권리를 보장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였다. 이 조례는 '학교 내 체벌금지' '강제 야간 자율학습금지' 등 학교문화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가히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1일부터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을 전면 금지하도록 하였다.
아마도 정부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감은 교사들이 학생인권을 무시하기 때문에, 공교육이 바로 서지 못한다고 보는 것 같다. 모두가 교사들 때문인데, 일부 교사들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공교육 회생을 위해 교육현장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41만 교사들의 설 땅은 어디인가?
교육도시로 불리던 대구의 교육현실은 또 어떠한가? 지난 10년 동안 대구는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독서교육'에 역점을 두고, 아침마다 중'고교생들에게 책읽기를 시켰다. 그러나 대구지역 고등학교의 전반적인 학력이 자꾸만 떨어지고, 다수의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이 타지역의 특목고'자사고 등 대입성적이 좋은 고등학교를 찾아 대구를 떠났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대구교육청은 영재고등학교 유치를 비롯해서, 자율형 공립고(8개교)'자율형 사립고(4개교)'기숙형 공립고(2개교)를 대폭 늘려,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최근의 분위기로 볼 때 인성교육과 입시교육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대구에도 진보성향의 교사들이 학생인권선언과 체벌금지를 요구할 날이 멀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교육현실이 더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다 함께하는 '대구교육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켜 대구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좌표부터 설정해 보자. 250만 대구시민이 뽑은 민선 교육감이 중심이 되어 '교육도시 대구'의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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