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얼굴의 대형마트] ⑤ 말뿐인 지역민 고용 창출

300 vs 1000 어느 숫자가 큽니까

대형마트가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은 허울에 가깝다. 유통 대기업들은 "신규 고용을 창출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규직 고용은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정작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 자체 고용보다는 협력업체 고용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파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생각한다면 대형마트의 진출이 지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득보다 실이 더 큰 현실이다.

◆말뿐인 고용 창출

대구에 8개 점포를 두고 있는 홈플러스의 직원은 모두 3천378명에 지나지 않는다. 점포당 422명을 고용한 셈이다. 이 수치도 겉보기에 불과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정규직은 332명(점포당 42명·10%)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비정규직이 946명(28%), 용역직원이 380명(11%)이다.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 지역 8개 이마트가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4천188명에 달하지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쳐야 780명(18.6%)에 불과하다. 무기계약직이란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약 갱신이 필요 없는 직원으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 또 용역업체 근로자가 911명(22%)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는 전체 직원 534명 중 정규직이 63명(12%), 무기계약직이 174명(33%), 비정규직이 111명(21%)이었고, 용역이 140명을 차지했다.

이마저도 모두 지역의 몫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용역업체 계약마저도 지역업체가 아닌 서울에 본사를 둔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가뜩이나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근무가 많은 대형마트 고용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통업체 측에 가급적 지역에 본사를 둔 용역업체 계약을 통해 지방세 납부 비율을 높이고, 더 질 높은 고용기회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서울에 본사를 둔 업체를 사용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해 고용의 질이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납품업체에 비용 전가하는 '나쁜 고용'

대형마트의 직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협력업체 직원'이다. 이마트가 밝힌 직원 숫자 4천188명 중 무려 60%(2천497명)가 협력업체 직원으로 파악됐고, 홈플러스의 고용인원 3천378명의 51%(1천720명), 롯데마트 534명의 직원 중에서도 41%(220명)가 협력업체 사원이다.

과연 이들 협력업체 사원을 대형마트의 고용창출로 봐야 할까? 사실 이들은 제품을 제조·납품하는 회사에 고용된 인력이다. 제품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회사 측이 법적인 고용주가 되고 실제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단지 일하는 장소만 대형마트일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사실상 대형마트가 고용한 인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의 존재는 대형마트와 납품업체와의 불공정한 관계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제조사는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일을 맡고, 판매는 대형마트의 몫이지만 대형마트들은 이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판매에 필요한 인력까지도 납품업체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 한 중소업체 이사는 "아예 '고정사원'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곧장 퇴출당하게 된다"며 "이들 직원에 대한 출퇴근 시간과 업무관리 등은 사실상 대형마트가 맡고 있으면서도 '매장 내에서 특정 제품의 판매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시키는 이상한 구조"라고 털어놨다.

이런 사실은 지난 10월 국감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우제창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롯데마트는 20개 항목의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에서 20개 항목 모두 신고당해 불명예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테스코(홈플러스)가 19개 항목으로 2위, 신세계 이마트가 17개로 3위를 기록했다"며 "특히 롯데마트는 '부당 반품' '판촉사원 강요' '부당한 수령 거부' '판촉비용 부당 전가' '부당한 거래 중단' '배타적 거래관계 요구' '인테리어 비용 미보상' 등 유통과정에서 온갖 부당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실직자로 내몰아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생활정치 시리즈' 중 '대형마트,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통해 대형마트가 지역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 중 하나가 '지역의 일자리 감소'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2007년 기준, 대형마트 한 개의 고용인원이 평균 315명에 불과한 반면 1천여 명 이상의 상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고용 1명이 늘어나는 대신 3.17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결과적으로는 결국 2명 이상이 실직자로 내몰리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총매출액과 관련 종사자 숫자 비교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7년 기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총매출액은 각각 28조9천억원, 26조7천억원이다. 하지만 엇비슷한 매출액을 창출하는 데 비해 재래시장 취업자 수는 36만2천960명, 대형마트 취업자 수는 11만3천607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대형마트의 고용효과가 전통시장의 3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근이 가게 문을 열고는 있지만 대형마트 진출로 인한 지역 상권의 매출액 감소도 크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센터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3개 늘어날 경우 중소유통업 연매출 감소는 1천853억원으로 전통시장 약 9.4개의 매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5년 대형마트 신규 출점으로 인한 신규고용은 약 1만8천800명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전통시장 고용감소는 약 2만6천여 명에 달해 7천명이 넘는 실직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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