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이야~ 멍이야~ 장기판은 인생살이와 비슷해요"

경북도민장기대회 직장부 우승 조혁해씨

"장이야~ 멍이야!. 장기를 두다보면 장기판이 마치 인생살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어떨 때는 공격적으로, 또 어떨 땐 한 발 물러나기도 해야 하죠. 민속놀이인 장기를 좀더 대중적인 오락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각오입니다."

19일 김천에서 열렸던 '제13회 경북도민장기대회'에 출전해 직장부 우승을 차지한 안동민속장기협회 조혁해(54·사진 오른쪽) 회장은 장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장기 애호가다.

(사)대한장기협회 경북지회가 주최하고 경북도, 김천시가 후원한 이 대회에서 예선전을 모두 승리한 조 회장은 후반 토너먼트 방식으로 결승에 올랐다. 무승부가 없고 점수제인 결승전에서 1.5점 불리한 초(楚)를 잡은 조 회장은 상대 대국자와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0.5점 우세한 성적으로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안동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 조 회장은 직장 내 각종 모임에서도 '장기왕'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 2007년 안동민속장기 동호인들의 추대방식으로 회장에 선출된 조 회장은 장기를 워낙 좋아해 매월 지역 어르신들을 모아 식사를 대접하며 기보, 묘수풀이 등 장기 인구 저변확대에 온갖 정성을 다해오고 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노력으로 그가 회장을 맡은 지난 2007년 경산에서 열린 도민장기대회에 안동지역 선수들이 각 부문 상을 모두 휩쓸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대회 노인부와 직장부에서 회원인 고일남(69) 씨와 권혁일(37) 씨가 각각 우승을 했고 권영하(77) 씨와 조 회장이 각각 노인부와 일반부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

이 회장은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인 장기는 지혜를 겨루면서도 예의를 중요시하는 민속놀이로 승리보다 대국에 임하는 겸양을 더 큰 교훈으로 삼고 있어 현대인에게 필요한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문화"라는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마 4단인 조 회장은 우승상금과 함께 아마 5단을 인허받았다. 상금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잔치 등 후원금으로 지출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대회 시상식에서 (사)대한장기협회 김응술 회장(프로 9단)이 "교육과 문화의 도시답게 경북도민장기대회에서 최근 안동의 장기동호인들의 기력이 돋보이고 있다. 프로기사 등 각종 지원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안동에 지회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안동지역 민속장기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22일 안동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우승 상장과 트로피 전수식에서 권영세 시장은 "예의와 품성을 길러주는 우리 민족 고유의 놀이인 장기의 저변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어줘 감사하다"며 "장기 등 전통 민속놀이에 대한 지원과 활성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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