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어리를 고속도로에 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구 경제의 주축인 성서산업단지 업체들이 남대구 및 성서IC 도시고속도로 교통체증을 참다 못해 집단 행동에 나설 기세다. 5개월째 이어지는 극심한 차량 정체로 물류 수송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
성서산단 업체들은 국토해양부, 한국도로공사, 대구시의 안일한 대응을 성토하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성서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경타월 장희규 대표
장 대표는 성서IC 도시고속도로 이야기를 꺼내자 흥분했다. 그는 "이전에 5분이면 통과했던 구간이 30분이나 걸리는데 어느 누가 성질이 안 나겠냐"며 "매일 2대 이상의 차량이 우리 공장과 염색공단을 오가는데 차량 정체로 헛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장 대표는 또 도시고속도로 지·정체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물류 수송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구 최대 산업단지의 고통을 방치하는 시와 도로공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장 대표는 성서산단 업체 대표들과 도시고속도로 지·정체 해결을 촉구하는 광고 게재와 시위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는 "조속한 해결을 위해 업체 대표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관계기관들은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희성전자 권동찬 과장
"납품 시간을 맞추기 위해 화원IC나 옥포IC 등 먼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2개의 공장과 조 단위의 연매출을 자랑하는 희성전자는 성서산단에서 가장 큰 업체 중 하나다.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도시고속도로 지·정체로 납품 시간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 과장은 "출발시간을 앞당겨도 정체 때문에 겨우 도착시간을 맞추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며 "시민과 기업 편의를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시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야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도시고속도로의 만성 정체로 희성전자를 찾는 타지역 업체까지 난감해하고 있다. 권 과장은 "개통한 지 얼마 안 돼 거래업체 임원을 동대구역까지 바래다주었는데 성서IC를 빠져나가는데만 30분이 소요됐다"며 "열차를 놓쳤으면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할 뻔했다"고 했다.
◆신라철강㈜ 조호원 팀장
"종업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회사 업무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조 팀장은 "100명이 넘는 종업원 중에 반 이상이 도시고속도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보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출퇴근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데 일할 맛이 나겠냐"고 했다.
조 팀장은 또 길어진 물품 운송시간 때문에 차량 출발시각을 일일이 조절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차량 정체 시간을 피해 새벽이나 밤 늦게 물품 운송에 나서야 한다는 것. 조 팀장은 "매일 25t트럭 60대가 남대구~서대구IC 간 도시고속도로를 제시간에 오가야 목표치인 1천500t의 철을 처리할 수 있다. 이 트럭들이 매일 30분씩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면 그 피해는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우리야 규모가 꽤 커 이곳에 버티고 있지만 조그만 업체들은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이동을 고려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조 팀장은 운송업체가 받는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지·정체 때문에 1명의 운전기사가 두 번 왔다갔다 할 것을 납품 시간을 맞추려면 2명에게 한 번씩 오가도록 나눠줄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개별 운송업자들의 수입이 감소할 것이고 이 때문에 운송업자가 파업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대구워터젯 이유진 대표
금속과 각종 특수소재 절단을 전문으로 하는 대구워터젯은 종업원이 13명으로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25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알짜 기업이다.
이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소재들을 가져와야 하는데 도시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제때 못 들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결국 직원들도 늦게까지 기다려야 하고, 우리가 납품하는 회사에도 피해가 발생한다"고 불만을 얘기했다.
그는 "서울은 일부 고속도로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대구는 왜 못 하냐"며 "사용료를 지불하더라도 고속도로의 한 차로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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