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바닷속 축산 폐수

우리가 '녹색산업' 육성에 한눈을 파는 사이 조용히 다가와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있다. 바로 '런던협약'이다. 런던협약은 폐기물 해양 배출에 의한 해양 오염 방지 국제조약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발효된 '런던협약 96 의정서'에 따라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가축 분뇨와 하수 슬러지 해양 배출량을 제로화해야 한다. 2013년부터는 음식물 폐수도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된다. 이들 협약을 제대로 지키려면 급히 서둘러야 한다. 아니 '발등의 불'이라는 표현이 맞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축 분뇨다. 가축 분뇨 중에도 돼지 분뇨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앞으로 돼지 사육 두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돈분의 대부분이 정부의 공동 자원화 시설로 처리되지만 우리나라는 해마다 100만t 이상의 분뇨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이제 1년 1개월 후면 이를 모두 육상에서 처리해야 한다.

축산 폐수를 육상에서 처리해야 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가축 분뇨를 땅에 묻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길뿐이다. 축산 폐수는 유기물이므로 이를 미생물로 분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훌륭한 에너지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악취 없이 효율적으로 수집할 것인가에 달렸다. 분해 과정에 산소를 투입하지 않는 '혐기성 발효'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성공 사례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국내 기술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는 모양이다.

국내 수준이 이 정도니 민원이 그칠 날이 없다. 악취 나는 시설을 농가가 좋아할 리 없다. 경북 지역에는 영천, 성주, 군위, 고령 등지에서 분뇨가 제법 발생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 투기마저 금지된다면 '축산 폐기물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국제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런던협약 의정서에 가입한 전체 36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축 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나라다. 그런데도 이런 국내 상황은 해결하지 못한 채 '녹색산업'만큼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어두운 곳을 방치한 채 불빛만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녹색 선진국은커녕 '악취 대란'으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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