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대구 출신 김진권(20·동구 각산동) 일병이 중상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족들은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까지 대수술을 받은 김 일병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김 일병의 아버지 김봉수(52) 씨는 23일 오후 북한군이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경일대에 다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이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사망자, 부상자 명단에 아들의 이름이 있었고, 김 씨는 바로 아내 진문자(47) 씨와 함께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달려갔다. 자정 무렵 병원에 도착했지만 아들은 이미 1시간여 전 수술에 들어간 상태였다.
23일 오후 11시 수술대 위에 누운 김 일병은 24일 오전 7시가 돼서야 수술실 문을 나섰다. 김 일병은 복부에 관통상을 입고 오른쪽 다리를 다쳐 봉합 수술을 한데다 이물질이 낀 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단 채 병실로 옮겨졌다.
김 씨는 "힘들다고 말렸지만 아들은 남자답게 군 생활을 하겠다며 굳이 해병이 되길 고집했다"며 "훈련 때도 씩씩하게 잘 견뎌냈는데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일병은 지난 5월 해병으로 자원 입대 후 8월 연평도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김 씨는 1남 2녀 중 막내인 김 일병이 사서 고생한다며 안쓰러워하기도 했으나 평소 밝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 터라 해병대 생활 역시 잘 해낼 것이라 믿었다.
김 씨는 "폐에 상처가 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인데 아무래도 쉽게 일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잘 이겨내고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일병의 집에는 둘째 누나 은영(23) 씨가 홀로 남아 동생이 무사하기만을 기원 중이었다. 은영 씨는 "일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근무를 마친 뒤 바로 집으로 달려오니 이미 부모님은 언니와 함께 병원으로 출발한 후였다"며 "2주 전 동생이 첫 휴가를 나왔는데 복귀한 지 얼마 안 돼 사고가 나 더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김 일병의 미니홈피에는 격려글이 쇄도하고 있다. 친구 우충수 씨는 "휴가 나와서 보자고 했던 약속 꼭 지켜야 한다. 이 정도는 이길 수 있잖아. 어서 털고 일어나"라고 김 일병을 격려했다. 추다정 씨도 "뉴스 보니까 너 의식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걱정이다. 편지는 잘 받았냐"며 "빨리 나아야 한다"고 위로했다.
김 일병을 잘 모르는 네티즌들까지 미니홈피를 찾아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류희숙 씨는 "중상자 명단에서 같은 대구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미니홈피에 찾아왔다"며 "부디 치료 잘하시고 완쾌하길 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김 일병의 일기 밑에 "김진권 일병 살아있어야 한다" "남자는 힘들어도 꾹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격려의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채정민·노경석·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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