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타 없는 한국육상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흥행 걱정

22일 오후 7시 10분쯤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 입구에서는 티켓을 확인하려는 경기장 운영요원과 중국 관중들의 실랑이가 오갔다. 검색대에서 경기장 입구까지는 꽤 먼 거리. 그러나 경기장에 빨리 들어가려는 중국인의 바쁜 걸음이 이어졌다. '만만디' 중국인들을 서두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 자랑하는 남자 110m 허들의 류시앙이었다.

8만 명을 수용하는 주경기장은 오후 대부분의 자리가 찼다. 류시앙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자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공안과 자원봉사자들도 뒤꿈치를 들고 긴 목을 빼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 대회를 기권했던 이후 27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나타낸 그를 맞았다.

경기장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 주변은 물론 지하철과 버스, 길거리에서도 중국인들은 류시앙에 대해 얘기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류시앙의 경기 암표는 액면가(80위안)의 20배인 1천600위안에 팔렸다. 남자 110m 허들 결선이 열리는 24일 경기의 암표가격이 얼마가 될 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은 23일 여자 멀리뛰기에서 육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김유석이 은메달을 보탰지만 주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을 보기가 쉽잖다. 한국 육상 100m 신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은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남자 400m 계주는 예선 탈락했다. 앞으로 금메달을 추가할 선수도 거의 없다.

하지만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1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7만 명을 수용하는 대구스타디움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애국심에 호소하고 범시민적 캠페인으로 경기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 육상에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짜요, 짜요"를 목청껏 외치는 중국 관중들의 열정을 대구시민들에게 바라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구의 무더위 속에 외국선수들만 봐야하는 관중들이 얼마만큼의 함성과 박수를 보낼지, 흥미 잃은 경기에 얼마 동안 자리를 지켜줄지도 의문이다. 대구 세계대회조직위와 한국 육상계가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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