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오후 6·25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연평도)와 민간인을 포격했다. TV로 화염에 휩싸인 연평도 모습을 지켜본 대구경북민들은 "이러다가 남북 간에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고, "어떻게 민간인까지 공격할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시도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이고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충분한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충격…불안…혼란=대구 동구 검사동 K2 기지 전투기 이륙이 잇따랐고, 주민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주민 이기철(50) 씨는 "비행기 이륙 소리가 20분 가까이 이어진 것 같다. 이전에 없던 모습"이라며 "상당히 긴박한 상황으로 보였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너나없이 TV 앞에 몰려들었다. 누군가 "전쟁 나는 것 아냐"라고 말했고, 이내 대합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사업차 서울에 간다는 이상민(43) 씨는 "천암함 사태가 엊그제 같은데 또 이런 일이 생겨 두렵고 불안하다"며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수(29) 씨는 "오후 한때 정말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줄 알았다"며 "예비군 소집을 기다렸을 정도"라고 전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 역시 하나같이 전쟁으로 번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지 않길 바랐다. 올 2월 군대에 간 아들이 경기도 여주에 있다는 전경태(52) 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불안한 심경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더 불안하지만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군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김진영(52) 씨도 "서해대전 등 교전이 있긴 했지만 전쟁으로 번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엔 북한이 민가가 있는 곳까지 포탄을 퍼부어 예전과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며 불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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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공 : 옹진군청, 편집 :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수성구 들안길 대형 식당이나 술집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크게 줄었다. 이곳 술집 주인 정모 씨는 "3일 전 예약을 한 손님은 예약을 취소했고,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경론과 신중론 교차=남북관계에 대한 시도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비난하며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용운 재향군인회 달서구지회장은 "민가를 공격한 것은 상식을 넘어선 무력 도발이다.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공분을 참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공멸로 이어질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영희(56) 씨도 "북한에 퍼주기만 한 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정부가 국제사회에 북한의 만행을 상세히 알리는 한편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의 포격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뒤 침착하고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불행한 사건으로 이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러나 추가적인 긴장상황으로 이어지거나, 특히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감정적 대응을 경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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