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편리함'과 대형마트가 운영하고 있다는 '브랜드네임'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조금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불편함 없이 한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데다, 편리한 주차 등의 장점은 사실 떨치기 힘든 매력입니다.
아무리 정이 넘치고,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들을 돕기 위해 골목상권, 전통시장을 이용해보겠다고 굳게 마음먹어도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아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한 달 동안 대형마트 끊고 살기 프로젝트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12명의 '슈퍼우먼' 체험단은 대구지역 시장 곳곳을 누비며 서비스와 품질, 이용상 불편한 점들을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격표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작은 상품 하나까지도 가격표가 붙어있지만, 시장은 꼭 "이거 얼마예요?"라고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지연(30·대구 북구 읍내동) 씨는 "가격을 물어보고 사지 않으면 미안해져서 가격을 물어보기가 쉽지 않고, 가게 주인이 바쁠 때는 눈치만 보게 된다"면서 "전통시장만의 표기를 통일해서 원산지와 출고일, 가격 등을 표시하면 소비자들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도 "시장은 비슷한 제품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뭔가 속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남아있다"며 "가격표를 부착한다면 손쉽게 이곳저곳 가격을 비교할 수 있으니 상인들이 제멋대로 가격을 부르는 일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유정(30·수성구 범어동) 씨와 장삼남(45·달서구 두류2동) 씨는 "시장 안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은 워낙 넓은 곳이다 보니 뭘 사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왕좌왕하게 된다는 겁니다. 유정 씨는 "시장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은 그림지도를 만들어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손에 들고 다니면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시장 다니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삼남 씨는 "손지도에다가 시장의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글을 추가하고, 시장 한쪽에 안내판을 만들어 두면 아이들 교육에 활용하기도 좋고 애향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명희(32·경산시 옥산동) 씨는 "상인회가 대형마트로 치자면 고객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서 고객의 불만이나 교환, 환불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명희 씨는 프로젝트 초기, 경산시장 철물점에서 변기 부품을 구매했다가 두 번 환불을 해야 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중국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바람에 설비기사가 "이걸로는 수리를 해 드릴 수 없으니 바꿔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남성숙(52·북구 침산동) 씨 역시 시장에서 침구류를 구매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고 결국 다른 제품을 비싼 값에 교환해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성숙 씨는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이나 요구사항을 상인회가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시장에서만 가능한 문화강좌를 제안한 체험자들도 많았습니다. 삼남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짚풀공예 등 전통공예나, 긴줄 넘기 등 전통놀이 강좌가 있으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시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유정 씨는 "시장 상인들만의 비법인 식재료 잘 고르는 법, 이불·냄비·그릇 잘 고르는 법 등을 강좌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체험단의 주문은 많았습니다. 흔히 시장의 불편한 점으로 지적되는 주차문제 해결에서부터 수유실과 휴게실 등의 편의시설 확충, 배달서비스 실시, 신용카드 결제 확대, 위생적인 운영 등의 문제점이 빠지지 않고 제기됐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은 아케이드 설치나 화장실 개선, 주차장 확충 등의 시설 지원에만 국한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연 씨는 "될 수 있으면 전통시장을 이용하자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실제 행동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전통시장은 소비자들의 마음, 의무감에만 호소하지 말고 편의성을 개선해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정말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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