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생체해부 위해 동물보호법 만든 괴링

"이것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법률입니다. 동물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실험을 당하며 죽어갑니다. 불법 도살하거나 생체실험을 하는 이들에게는 법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요즘, 찬사를 받을 만한 연설이다. 나치 독일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를 창설한 헤르만 괴링(1893~1946)이 이 말을 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는 사냥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동물 실험과 도살을 금지하는 데 적극 노력했다. 그 결과 1933년 오늘, 나치 정권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가장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선진국은 1970년대에, 한국은 1991년 이 법을 제정했으니 선구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는 물고기와 개구리, 뱀을 잡는 것도 금지했고 동물 보호를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속셈은 동물 보호가 아니었다. 휴머니즘을 가장해 인간을 끔찍하게 죽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고 그 중 40만 명은 동물에게도 금지된 생체 해부를 자행했다. 괴링은 인종 차별 및 우생학적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물 보호를 외친 것이다. 인종 말살을 위해 동물까지 이용했다는 점에서 인간 말종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박병선(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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