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아시아의 죽음문화 /이옥순 외 지음/소나무 출판사 펴냄

죽음, 그것은 단지 떠나는 의식일 뿐일까?

세상의 모든 종교는 어떤 식으로든 죽음에 대해 말한다. 죽은 뒤 어디로 간다거나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죽어서 천국이나 극락, 지옥으로 간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고, 그런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반박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사람들은 죽은 뒤를 염려하기에 종교에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논리와 합리, 과학이 지배하는 요즘에도 끊임없이 죽음 뒤에 올 세상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때때로 사람들은 죽은 다음의 세상이 있다고 믿음으로써 위안을 얻는다. 고통스러운 현재적 삶을 끝낸 뒤에는 행복한 세상이 있다거나, 행복한 현재적 삶이 끝난 뒤에도 또 다른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다.

이 책 '아시아의 죽음문화'는 죽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아시아의 문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도 힌두교도의 죽음, 티베트인의 죽음과 환생, 죽음을 아득한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 하니족의 인식, 몽골 유목민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 중국인의 죽음 미학, 초상을 축제처럼 치르는 한국인의 죽음 문화 등을 다루고 있다.

중국의 하니족들은 자신들이 아득히 먼 서북쪽에서 이주해왔다고 생각한다. 후니후나에서 눠마아메이를 거쳐 홍하 지역으로 와서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지에 다랑논을 일구며 살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죽음은 '조상들의 땅으로 떠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물론 죽음을 애도하며, 떠나보내기 싫다는 의미를 담은 만가를 부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죽음은 이곳을 떠나 다만 원래 있었던 곳으로 떠나는 작별처럼 보인다. 사람이 죽으면 하니족 여자들은 만가 '미차웨이'를 부른다.

'해가 산 너머로 질 때, 해가 산 너머로 지면 하늘이 어두워지지, 해가 산 너머로 지면 낮이 죽는 거야. 대지에 죽음이 있을 때, 산이 무너지고 바위가 떨어지며 대지가 죽지. 큰 나무에 죽음이 있을 때, 나무가 쓰러지고 죽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살아 있을 땐 즐거워했지. 하지만 죽어서도 유쾌해. 살았을 때 우울해하지 않았지, 죽었다고 슬퍼할 것도 없어. 큰 나무 한 그루가 죽으면, 작은 나무가 자라나지. 세상에 노인 한 사람이 죽어도, 많은 자손이 남지.'

책은 6명의 필자들이 6개 문화권의 죽음에 대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어떤 필자는 죽음과 장례 문화를 현장르포 형식으로 전달하고, 또 어떤 필자는 철학적 사유에 무게를 두고 접근하기도 한다.

지은이 심혁주는 티베트인의 죽음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보고 있는데, '조장'(鳥葬)의 현장에서 티베트인들이 추앙하는 천국의 사자, 독수리 떼와 마주선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무슨 독수리가 이리도 크단 말인가? 좀 과장하자면 송아지 반만 한 크기의 독수리도 눈에 띄었다. 내가 (놀라) 주저앉아 있는 사이에 망자의 유족 7명이 일렬로 서서 나뭇가지로 독수리 떼를 막아섰다. 인육의 냄새를 맡은 독수리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시신에 입을 대는 순간 망자의 영혼은 온전한 곳으로 전송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에 홀렸는지 그 순간 나도 일어나 그 가족의 대열에 끼여서 독수리를 막아서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수리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1시간가량의 독수리와 사투 끝에 해부사가 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자 유족들은 물러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처럼 쌓였던 인간의 육신은 흔적도 없어 사라졌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나라와 문화마다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죽음을 통해 삶을 긍정하려는 감회가 보편적으로 담겨 있다. 지은이들은 세상에 태어난 자는 누구나 만나야 할 죽음에 대해 덤덤하게 진술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죽음은 무섭지도, 이상하지도, 흉측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사람은 다만 왔다가 떠나며, 남은 자는 떠나는 자가 더 나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할 뿐이다. 339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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