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제까지 당하기만…" 해병대 예비역들 분노의 목소리

"軍·민간인 희생, 그냥 넘겨선 안돼"

2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명공원에 있는 해병대전우회 달서구지회 회원들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분노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명공원에 있는 해병대전우회 달서구지회 회원들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분노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국민이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 군이 의지와는 달리 북한에 약하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매번 당하기만 할 겁니까."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전국 80만 해병대 예비역들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 군의 최전방에 배치돼 나라를 지켜온 해병대의 희생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분통이 터진 탓이다. 24일 오전 해병대전우회는 '대한민국을 무력침공하고 해병대 전우의 목숨을 앗아간 김정일 일당을 무자비하게 즉각 응징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구에서도 해병대전우회 각 지회에 모인 예비역들은 북한의 도발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후배들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삼켰다.

2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서 비상모임을 가진 해병대전우회 달서구지회는 북한의 도발 직후부터 지속적인 연락망을 유지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분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해병대전우회는 23일부터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중앙회와 각 시·도별 19개 연합회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가 안타깝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군을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해병 590기 장세명(44) 지회장은 "해병으로 복무하면서 나라에 목숨을 바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우리가 들끓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태는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 예비역이 나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6·25 참전용사이기도 한 해병 31기 김영규(78) 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며 "전쟁이라면 이가 갈릴 정도지만 당하기만 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병 118기 박종희(70) 씨도 "우린 예비역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직후부터 현역"이라며 "후배들의 죽음이 헛되이 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해병대전우회는 27일 북한 도발에 항의해 서울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5만 명의 예비역이 있는 대구에서도 26, 27일 중 하루를 정해 2·28운동 기념공원에서 가칭 '북한 도발 규탄 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북한의 도발 이후 해병대 홈페이지(www.rokmc.mil.kr)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과 북한에 대한 분노의 글로 메워졌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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