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사 중부지역본부가 제564돌 한글날을 맞아 지난달 9~31일까지 주관한 '제23회 매일 한글 글짓기 공모전'에는 운문 608점, 산문 196점 등 총 804점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응모해 모두 88편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가을 빛' '하늘' '마음' '강가에서' '창(窓)' 등 운문·산문 공통 글제로 치러진 이번 공모전은 전체 대상(1명)과 각 부문별 장원(1명), 차상(2명), 차하(3명), 장려(5명)상이 선정됐습니다.
마음
박윤영 두호남부초 5학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여 보았지만 오늘 내가 한일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생겼다.
"그래. 잘 돌려주었어. 잘 한 일이야."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발걸음을 빨리 하였다.
어제 1교시에 앞에 앉는 진욱이가 끈 달린 필통을 가지고 돌리다가 내 책상 위에 놓인 보온물통을 건드려 떨어뜨렸다.
"탁! 쨍그랑!"
설명을 하시던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의 시선에 나에게로 향하였다. 갑자기 교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였다. 물병이 떨어지면서 서예함 손잡이 부분을 망가뜨려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뒹굴었다. 화가 났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보온물통을 떨어뜨리면 망가진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니?"
선생님의 말씀에 얼굴이 붉어진 진욱이가 손을 들면서 이야기 하였다.
"제가 실수로 건드려서 떨어뜨렸습니다. 잘못하였습니다."
"그래. 안타까운 일이구나. 보온병이어서 기능을 잃어버릴지 모르는데 걱정이구나. 물병을 책상 위에 얹어두지 말자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너는 어쩌다 그렇게 되었니?"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침에 날씨가 조금 서늘하다고 가져다니던 플라스틱 물통 대신 보온물통을 준비하자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덜렁거리는 네가 그것을 가져간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데……."
"엄마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그러세요. 마음 푹 놓으세요. 조심하여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하여튼 조심하여라."
나는 어머니의 걱정하는 말씀을 들으면서 큰소리를 쳤다. 어머니는 물을 먹고는 책상 위에 얹어놓지 말고 서랍에 두라고 말씀하셨다.
국어 수업이 계속 되면서 동시에 대한 선생님 설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숙제로 낸 시를 모두 암송하였다. 나는 걱정이 되어서 살며시 책상 속에 손을 넣어서 보온물통을 만져보았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던 물통의 겉이 뜨거웠다. 물통이 망가진 것이 분명하였다.
선생님의 설명이 웅웅할 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수업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게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어 물통을 꺼내 보았다. 더 뜨거웠다.
"야! 이 물통 망가졌다. 이를 어떻게 할래?"
"망가진 것이 확실해?"
돌아앉은 진욱이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더니 책상 위에 놓인 물통을 만져보았다.
"맞아. 어머니도 겉이 뜨거우면 보온이 망가진 것이라고 하셨어. 미안하다.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어떻게 해볼게."
"어머니께 말씀을 ……."
그러던 진욱이는 오늘 아침 뜯지도 않은 새로운 물통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조금 적었다. 망설이다가 받아서 살펴보니 내 것보다 용량이 100㎖나 적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받은 물통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을 잘못하는 것 같았다. 친구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도 아닌데 비슷한 물건으로 돌려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망설여져 용기를 내었다.
"진욱아! 자 이 물통 도로 가져가라. 네 마음만으로 되었어."
"뭐라고? 돌려준다고?"
친구는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통을 받아 돌아앉았다. 그러자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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