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정순모 신명학원 이사장

공개채용과 투명인사로 학교발전에 초석

정순모(79) 신명학원(신명고·성명여중) 이사장은 25일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 법인협의회로부터 명문사학 육성에 기여한 공으로 '봉황장'을 받았다. 그는 30여 년간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교육시설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학교교육의 내실화에 기여했다.

자매학교인 계명대 이사장과 계성학원 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38년간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기독교의 지역 밀착화에 힘썼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회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올바른 교육과 학교발전에 신명 바쳐

1907년 구한말 미국 선교사 부르엔 여사가 설립한 신명학원은 영남지역 최초의 근대 여성교육 기관으로 올해 개교 103주년을 맞았다. 특히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는 전교생이 거리로 나가 대구지역 3·1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1980년에 신명학원 법인 이사장을 맡은 그는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사학 정체성과 자율화를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인 인사규정을 만들었다. 당시 사학에서 꺼린 교직원 공개채용을 전격 실시했고 교장·교감 등 인사를 투명하게 운영해 교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는 전적으로 인사위원회에 일임했습니다. 학연·지연을 따지지 않고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나 환영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지금도 대구지역 사학 중에 모범적인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1980년 중반 학군제 실시 전까지 신명여고(현재 신명고)는 학습분위기가 좋아 대구전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렸다고 했다. 당시 한강 이남에서 사법시험 여성 최다배출 학교로 평가받았다.

해방 후 재단 분규와 함께 재정이 빈약해져 학교운영의 어려움을 겪었던 신명학원은 1990대 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정 이사장은 재단 소유의 수익성이 없는 부동산을 매각해 대금 일부는 고수익성 현금재산으로 대체해 학교 재정상태를 안정시켰다.

그는 학교를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에도 노력했다. 개교 100주년에 맞춰 역사관, 도서관, 체육관, 강당, 급식소 등을 건립했다.

정 이사장은 "100주년 기념사업에서 5만여 동문의 도움으로 도서관과 역사관을 건립했습니다.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무려 6억여원을 모금해줬으니까요. SM의 저력은 이런 것 같아요."

그는 아직 풀어야할 학교 숙원사업이 하나 있다. 반듯한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의 학업증진을 꾀하려는 것이다. 2층 규모인 급식소를 7층으로 증축해 120개 방을 갖춘 기숙사를 계획 중에 있다.

정 이사장은 1974~1981년 계명대 법인 이사와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계명대의 종합대 승격과 의과대학 설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전국 6개 종합대 실험대학 중에서 계명대가 가장 우수했지만 한 번도 신청서가 접수되지 못했는데 갖은 노력 끝에 신청서를 접수시켰고 1978년 종합대 승격 인가 결실을 맺었다.

의과대학 설치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78년 재단이 다른 동산병원과 계명대를 통합하자는 경북노회의 결의가 있었지만 진척이 없자 그는 당시 문교부와 청와대를 찾아다니며 설득, 1980년 의과대학 설립 승인을 얻었다.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걷다

민주화 운동과 인권보호에도 앞장섰다. 1969년 엠네스티 대구·경북지부가 결성되면서 총무로 활약한 그는 정치적으로 억울한 양심수 사면운동을 국내외에 펼쳤고, 1980년대 전두환 군부정권에 항쟁하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 전국민주화운동 대구경북대표를 맡아 민주화를 외쳤다. 또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대구경북의장을 맡아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1931년 부산 초량동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54년 부산대 법률학과와 1959년 장로회 신학교 본과를 졸업한 후 1963년부터 2001년까지 동로교회 담임목사로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청렴하게 살아온 그는 1970년 한국 교회사에서는 처음으로 동로교회에 평생교육 강좌회를 개설해 주목받았다. 기독교 토착화 운동도 벌인 그는 1993년부터 대구 개신교 최초의 홀몸노인 경로식당을 운영했다. '열마디 말씀' 설교집을 내기도 한 정 이사장은 정년퇴임 후 전국 향토사에 관심을 가져 '향토역사 연구'도 집필 중이다. 2남2녀를 둔 정 이사장은 2008년 세계 부부의 날에 '부부상'을 받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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