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연기자를 넘나들며 활발한 연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나라. 그의 아버지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연기파 배우 주호성이다. 여기서 잠시 의문의 눈초리를 보낼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된다. 왜 부녀지간의 성이 다르냐인 것인데, 물론 두 사람 중 한 명이 가명을 쓰고 있어서가 그 이유다. 그럼 가명의 주인공은 아버지 쪽일까, 딸 쪽일까. 정답은 아버지 주호성. 그는 장연교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직 장나라라는 이름을 가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아마도 순 우리말 이름이라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듯한데, 그녀의 이름은 특별하게도 현직 국어교사가 지어준 것이라고. 아버지 주씨의 친구이자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박기원 씨가 주 씨의 작명 부탁을 받고 생각해 낸 이름이 바로 '나라'란 이름이다.
이달 16일 '소천후'라 일컫는 장나라와 '장파'(장나라의 아빠)라 불리는 그의 아버지 주호성을 중국 칭다오 현지에서 만났다. 현재 중국 관영방송 CCTV8이 사전제작 중인 30부작 드라마 '경마장'(파오마창)의 촬영을 위해 함께 칭다오에 머물고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부녀지간으로 등장한다.
#중국 활동 7년째…드라마서 부녀지간으로 출연
드라마 '경마장'은 19세기 초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중국인들의 저항을 그린 작품. 서방 8국이 중국 진출의 각축장으로 삼았던 칭다오에서 독일과 일본의 수탈에도 굴하지 않았던 중국인의 의지를 다룬다. 주호성은 극중 일본이 독일 중국과의 정보전쟁을 위해 파견한 정보국 국장이자 군인인 총감 마쓰노 역을 맡아 중국의 독립을 막아서는 악역을 연기한다. 장나라는 마쓰노의 딸 아끼꼬 역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항일 투사 주오티엔이(황중저 분)와 운명적 사랑을 나눈다.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아끼꼬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순수한 여인이에요. 반면에 '띠아오만의 어의'에서는 기존에 제가 가진 웃긴 캐릭터가 극대화해서 보여지고요. 그 전작인 '철면가녀'에서는 끝장까지 가는 악녀 중의 악녀였죠. 결과적으로 세 작품 모두 성격을 달리해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너무나 행복하고 신나요."(장나라)
연이어진 세 작품 때문에 힘들 법도 한데 장나라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들떠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 주호성의 속내는 어떨까. 강행군이 안쓰럽기도 할 것 같고, 쉴 새 없이 장나라를 찾는 러브콜이 대견스럽기도 할 듯했다.
"벌써 중국에서 활동한 지 7년째로 접어들어요. 그동안 실패도 많이 보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욕심은 없었어요. 물론 활동이 많아 몸이 고되어 보이는 것이 안타깝지만 (장)나라만의 꿈이 있으니까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데 아빠로서 도움이 돼야죠."(주호성)
이런 아버지의 얘기를 듣던 장나라는 대뜸 "아빠의 연기는 언제나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내 최대의 라이벌로 생각해 왔다"며 "사실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사석에서조차 얘기하지는 않지만 결론적으로 아빠의 연기는 최고"라고 했다.
주 씨의 말대로 2004년 중국 드라마 '은색연화'에 출연하며 대륙 진출을 시작한 장나라는 '띠아오만의 공주'로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영향에 힘입어 '철면가녀'와 '띠아오만의 어의' 등에 주연으로 나섰고, 이번 '경마장'에서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아버지와 호흡을 맞춘다.
주호성은 "내년부터 중국 전역에서 장나라의 얼굴이 안 나오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장나라 드라마'가 쏟아질 것"이라며 "중국은 드라마 한 편을 찍으면 여러 지역의 방송국에서 재방, 3방 등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최소한 2년 동안 매일 중국의 안방극장에서 장나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장나라도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인생에 있어, 특히 연예인의 삶에 있어 서른이란 꼭 짚고 넘어가는 때로 받아들여진다. 가수든 배우든 서른 전후의 행보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갓 서른에 접어든 장나라의 생각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도 서른이란 나이가 됐을 때 느꼈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질풍노도의 시기'예요. 스물아홉 살 때는 별 생각 없었어요. 그냥 '서른이 되면 좋겠지, 서른넷이 되면 더 볼품 있어 지겠지'라고 막연한 상상만 했는데 막상 서른이 되니까 확 느낌이 오더라고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이죠.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20대 때 많이 인생을 즐기지 못한 것도 후회가 돼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 마치고 나면 여행이란 것을 꼭 하려고요."
#연애 많이 하고 싶지만 인연 만나기 힘들어
그녀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니 정신없이 20대를 보내온 장나라에게는 인생을 즐길 여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여유와 안식을 결혼으로 찾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녀의 주위에도 이미 평생의 연인을 만나 알콩달콩 가정을 꾸려가는 절친들이 있다. 바로 연예계 대표 죽마고우라 불리는 박경림'이수영이 그들. 2살 많은 언니들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는 모습을 보는 그녀는 외롭지 않을까.
"언니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정말 결혼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다가도 제 자신을 돌아보면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갈팡질팡해요. 일하다 보면 역시 일하는 것이 편하고요. 그래서 저는 '연애를 많이하자' 주의인데요. 그게 또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웃음)
이번 드라마 '경마장'에서 장나라가 연기하는 '아끼꼬'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인생을 거는 순애보를 펼친다. 과연 실제 사랑에서도 장나라는 용기를 낼까, 아니면 아버지의 뜻을 따를까. 그녀는 "한마디로 아빠는 내가 결혼한다고 하면 절대 반대하실 분이 아니다"며 "정말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다. 그러자 아버지 주호성은 "내가 반대하기 전에 나라가 반대하지 않을 사람을 데려올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실랑이(?)를 벌여 웃음을 전했다.
#'무한질주 장나라' 지켜봐 주세요
두 부녀가 주고 받는 대화를 듣다 보니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바다 건너 멀리까지 찾아온 취재진은 그녀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장나라는 헝디엔(횡점)으로 가 '띠아오만의 어의'의 막바지 촬영을 해야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굉장히 성공해서 좋겠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제 스스로는 그런 느낌이 없어요. 좋은 일 있으면 계속 좋아지게 노력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착하게 말하면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 할 것이고, 독하게 말하면 갈 때까지 가겠다는 생각이에요. 무한질주하는 장나라 지켜봐 주세요."
"나라가 그냥 좋은 연예인이 되길 바라요. 저 또한 연예인이고, 나라가 연예인 되겠다고 하기에 허락하고 돕고 제 교실에서 공부한 딸이, 그렇게 가르친 딸이 건강하고 좋은 연예인이 되길 바랄 뿐이죠. 끝마무리까지 잘해서 건강하고 좋은 연예인이 될 수 있게 아버지로서 도울 겁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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