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를 둘러싼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동방신기 출신의 아이돌 스타 시아준수와 조승우의 높은 출연료가 뮤지컬계를 한판 뒤흔들더니 다른 한편에선 한 뮤지컬 배우의 '연체된 출연료 지급 요구'에 공연기획사 간부가 대낮에 '망치'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뮤지컬 배우들의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사실 제작사와 배우와의 출연료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들을 계기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전역과 동시에 뮤지컬 로 복귀한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는 1천800만원이라고 한다. 198회 공연 중 80회 출연이 예정되어 있는 조승우가 받는 출연료는 총 14억4천만원으로 뮤지컬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될 것 같다.
올해 초 뮤지컬 에 출연한 시아준수는 일정 금액의 회당 개런티에 좌석이 일정 비율 이상 판매될 경우 추가 개런티를 받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체결했었다. 시아준수가 출연한 15회분은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받은 출연료 총액은 조승우보다 적지만 실제 회당 출연료는 조승우의 두 배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주연급 유명 연예인의 뮤지컬 회당 출연료가 300만~500만원, 주'조연급 뮤지컬 배우의 출연료가 회당 30만~100만원, 앙상블의 경우에는 10만~20만원 수준이라고 할 때 파격적인 금액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출연료를 둘러싼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제작사와 배우들 간의 이해 관계와 배우 출연료의 양극화 현상이 낳은 문제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뮤지컬이 산업이라면 출연료보다 몇 배 높은 티켓 매출을 올리는 배우의 출연료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특정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 한 회가 매진될 경우 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되므로 제작자 입장에서 출연료 이상의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에게 대우를 하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뮤지컬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것이 다른 배우 출연료의 동반 상승이나 전문 뮤지컬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상실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뮤지컬계에선 '제작자는 힘들어도 스타 배우들은 먹고산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공연제작 편수가 많아질수록 배우들의 희소가치는 높아가지만 흥행 성적에 따라 손실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제작자의 입장인데, 제작하는 작품 수에 비해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 말이 이해가 간다. 1년에 몇 편의 공연을 제작하는 제작사의 경우 한 편의 성공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손실이 난 다른 작품에 밀어넣기도 한다.
스타 배우를 캐스팅해 그들이 출연하는 회를 매진시키고도 전체 공연 수익을 결산해 보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도 적지 않다. 침체되어 있는 뮤지컬계에서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는 제작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출연료 양극화 현상은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던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나 무대 뒤에서 몇 달간 고생을 해야 하는 스태프들에게 상대적인 상실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작품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는 심리적 허탈감은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을 한국영화시장에서 본 적이 있다. 한때 한국영화 붐을 타고 팽창하던 영화시장에서 스타 캐스팅 과당경쟁으로 인한 배우들의 몸값 상승이 영화계에 독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양적인 팽창을 이룬 뮤지컬계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다.
한국영화는 이미 한 번의 큰 홍역을 치르고 배우들이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고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신중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뮤지컬계에도 제작사와 배우들이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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