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수다와 과묵

평소에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어떤 일에 관심이 없을 경우도 있고, 선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하는 성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어느 순간엔 폭포수처럼 말문을 틀 때가 있고, 갑자기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해 질 때도 있다. 반면에 조잘거림이 특기인 사람도 있다. 나설 때 안 나설 때를 막론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입술에 곰팡이가 생길 만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사주에 식신(食神)이 강한 사람이고, 후자는 상관(傷官)이 강한 사람이다. 아예 말이 적은 사람은 식상이 없는 유형에서 많이 나타난다.

사람은 저마다 감정표출 방법이 다르다. 사주 구조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대개 식신과 상관에 의해 좌우된다. 식신은 전문성을 띤다고 했다. 연구열이 대단하고, 외길 파기형이다. 그것을 뒤집어보면 다른 것에는 관심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자기에게 흥미를 끌지 못하는 사람이나 일에는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연히 그에 대한 지식이 얕을 수밖에 없다. 말하고 싶어도 알지 못하는 데에야 어떻게 나설 수 있겠나.

전문가는 어느 한 분야엔 독보적 존재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분야나 흥미가 있는 분야엔 관심이 지대하다. 알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아는 것이기에 자랑하고픈 마음도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사주에서 말하는 식신과 상관은 자기 과시욕과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다. 다만 식신은 상대방이 은근히 알아주기를 바라는 편이고, 상관은 직접 자기를 선전하는 성향이 강한 게 차이라면 차이다. 식신의 이런 마음은 술좌석에서 잘 드러난다. 과묵함이 변해서 수다쟁이가 된다. 지적(知的)이고 정적(靜的)인 식신의 마음이 술기운을 빌려 동적(動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끝나면 그만이다.

상관은 표현 욕구가 강하다. 뭐든 말하고 싶어 한다. 그게 연예인의 일상 생활이건 자기의 가정 생활이건 말하고 나야 시원해진다. 그것이 설사 자기의 사생활이라도 상관없다. '너에게만 말하는데…'형이다. 그렇다고 식신이 좋고, 상관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저마다의 타고난 성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성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장점으로 살리면 좋다. 따라서 식신이 강한 사람은 과묵함을 장점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고, 상관이 강한 사람은 언변을 장점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정치를 희망하는 사람 치고 상관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자기를 알려야 사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업가 기질로 최상으로 치는 사주 구조는 상관이 편재(偏財)를 돕는 것이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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