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에 위치한 용산 동서우방타운은 해마다 이맘때면 입구에서부터 진출입로를 중심으로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150여 개 국화 화분으로 수놓아진다. 동원의 금빛, 수정, 사자, 쌍학, 나의 마음, 봄 향기, 무심, 화신, 백조 등 이름도 생소한 대국, 중국, 소국 50여 종이 각양각색의 색깔과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형형색색의 국화들은 모두 이 아파트 관리직원들과 입주민들이 손수 1년간 키워온 소중한 '자식'들이다. 이 아파트는 별다른 비닐하우스도 없이 관리동 옥상에서 국화를 가꾼다. 간단한 보온을 위해 뿌리만 덮은 채 3, 4주에 한 번씩 물을 준다. 봄에는 뿌리 번식을 하면서 잎이 말라 죽는 일이 많아 번거롭지만 일일이 삽목(꺾꽂이)을 하는 정성도 들여왔다.
이 아파트 최원직(57) 관리사무소장은 "올해는 장마가 길었던 탓에 뿌리가 썩어 더 많은 국화를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 포기 한 줄기 키우면서 특성도 배우고 주민들도 매년 이맘때를 기다리며 기뻐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라고 흐뭇해했다.
이광석 입주자대표회장은 "요즘은 집집마다 다육식물이나 관상용 식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종류의 국화를 주민들과 함께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아파트 환경을 위해 조경 등에 많은 투자를 못하지만 직접 국화를 키우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꽃 키우는 법에 눈을 뜨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자랑했다.
이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화분은 대부분 주민들이 내놓은 폐화분을 재사용하고 있어 같은 모양을 찾아보기 힘들다. 화분에 사용하는 거름도 매년 단지 내 낙엽을 모아 야적장에서 겨우내 퇴비로 만든다. 봄이 되어 완숙된 퇴비는 주민들의 화분갈이용으로도 나눠주고 국화도 키우고, 단지 내 조경수에 시비로 사용하고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주민 이옥분(64·여) 씨는 "지금쯤이면 꽃들을 잘 볼 수 없는데 우리 아파트는 매년 이렇게 국화꽃을 볼 수 있어 좋고 국화를 통해 이웃과 가까워질 수 있어 더욱 주민들이 합심한다"며 국화 예찬론을 펼친다.
이 아파트 출입로는 인근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어 이웃 주민들도 국화를 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감상한다. 형형색색의 국화에는 추위를 잊은 채 꿀벌도 날아들어 향기와 자태에 도취된 듯 꽃잎 가득 맴돌고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글·사진 권오섭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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