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전 세계에 '한국전 발발'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에 있는 자국민을 피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올 정도이고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는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아말리아 아티(22·여·인도네시아) 씨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자국 뉴스와 기사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한 명이 공식석상에서 '한국에 있는 자국민들을 모두 안전하게 피난시켜야 한다'고 발언했기 때문. 아말리아 씨는 "우리나라(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굉장히 큰 이슈다. 나도 한국에서 연평도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꼼꼼히 찾아보고 있지만 전쟁이 날 것 같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얀마에서 온 경북대 학생 쉐이표(23·여) 씨도 24일 고국에 있는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쉐이표 씨의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한국에 전쟁이 날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미얀마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지난해에도 코캉지역에서 정부군과 소수민족 군대의 충돌이 발생했을 만큼 내전이 잦은 국가다. 쉐이표 씨는 "미얀마에는 무력 충돌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전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도 마찬가지"라며 "지금 대구는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북한의 포격 사실이 전 세계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자 '한국에 전쟁이 난 것이 아니냐'며 대구 거주 외국인들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몽골인 뭉희 툭씬(23·여) 씨는 러시아에서 유학 중인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뭉희 씨는 "내 친구가 러시아 뉴스에서 한국의 섬이 불바다가 되는 장면을 봤다며 너는 무사하냐고 물어보더라"며 "부모님이나 외국에서 뉴스를 접한 주변인들은 한국에 전쟁이 터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전 발발을 우려하는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이 미국인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인 68%가 '연평도 도발로 인해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유학 중인 배정은(27·여·미시시피대) 씨는 "학교에서 마주치는 친구들마다 '한국 괜찮냐'고 물어봐서 연평도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한국을 떠나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없지만 혹시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대구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구에서 2년째 살고 있는 우고 다빗 후아레스(23·파라과이) 씨는 "한국에 있으면서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facebook)에도 친구들이 '몸 조심하라'며 계속 글을 올린다"며 "한국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해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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