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앞장서 우리 영토를 지키겠습니다."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해병대 서정우(23)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이 전사했다. 또래 병사의 전사 소식을 접한 대구경북 예비 장병들의 심정은 어떨까. 25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 대구경북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에서 만난 예비 군인들은 담담하고 의연했다. 모두 "대한민국 남아로 태어나 군인이 돼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반면 아들과 연인의 입대를 앞둔 부모와 여자친구의 시선은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군복무는 당연한 의무
이날 오후 1시 30분 징병검사장에는 파란색 슬리퍼에 남색 반바지, 하늘색 반팔 티셔츠 검사복으로 갈아입은 만 19세(1991년 출생자) 징병검사 대상자 100여 명이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교복을 입은 26명의 고등학생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경북항공고등학교 학생들로 내년 2월 28일 졸업과 동시에 항공기정비병으로 군복무에 돌입한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으로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이미 군인이 된 듯 남북 간의 긴장을 느끼고 군기마저 든 모습이었다.
김윤근(18) 군은 "폭격으로 해병 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며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강한 군인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재진(18) 군도 "지금이라도 당장 입대해 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힘껏 말했다. 김종일(55) 지도교사는 "연평도 포격 소식에 학생들이 긴장할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된 듯하다"고 뿌듯해했다.
또 다른 예비 장병들은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에도 "대한민국 군인이 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박종훈(19) 군은 "몸이 좀 약한 편이지만 반드시 현역으로 군복무를 할 것"이라며 "수많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불안한 가족과 친구들
반면 징병검사장에 함께 온 부모와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어두둔 안색이었다. 징병검사를 받으러 온 아들을 기다리던 김남숙(49·여) 씨는 "연평도에서 장병 둘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가능하다면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지만 국방의 의무니 어쩌겠나"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은 듯 김 씨는 검사장을 계속해서 서성거렸다.
이대주(54) 씨도 "북한의 도발이 연이어 터지면서 아들에게 군 입대를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했다"며 "맘 편하게 군에 보낼 수도 없는 지금 상황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던 손란경(19) 양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둘 다 군의 대응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며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에 가야겠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기다렸다 안전한 곳으로 갔으면 한다"고 걱정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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