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착한 소비'의 진화…이웃가게 이용부터 시작

"내 이웃을 위한 착한 소비를 실천할 생각은 없습니까?"

몇 년 전부터 '착한 소비'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은 몇 백원 비싸다 할지라도 매출액의 일정액을 복지단체를 위한 기금으로 내놓는 상품을 기꺼이 구매하고, 외국의 빈국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자는 취지의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와 면화 등은 일반 제품에 비해 고가라 할지라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노동의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서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고생해도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

제갈 민(46·대구 동구 지묘동) 씨는 얼마 전 시장에서 일부러 풀이 죽은 상추와 물기 없이 말라버린 애기고추를 구매했다. 제갈 씨는 "언젠가 읽은 책에 '독일 여성들은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살 때 가능한 날짜가 오래된 것을 사는데 그 이유가 유통기한이 경과돼 못 파는 우유를 줄이려는 의도'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조수현(44·북구 노원동) 씨는 늘 시장 한쪽의 난전에서 채소를 구매한다. 쪼그리고 앉아 얼마 되지 않는 시금치나 쪽파, 배추 등을 놓고 있는 할머니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조 씨는 "그 할머니들도 누군가의 어머니일 것"이라며 "시골에 홀로 계신 엄마 생각에 꼭 필요하지 않은 채소일지라도 그냥 사들고 오게 된다"고 했다.

시장과 골목상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세 상인들은 시작부터 불공정한 대기업과의 경쟁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하루 15, 16시간을 일해도 자신의 임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근근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된 것. 2009년 연말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주 가운데 42.1%가 사업체 상황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다' '고전하는 편이다' '매우 고전하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을 했다. 특히 월평균 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자영업주(64.8%)와 연간 매출액 4천800만원 미만인 경우(51.8%) 이런 응답이 더 많았다. 노동시간도 임금 노동자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주는 55.4시간, 자영업자는 50.6시간, 무급가족종사자는 50.1시간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7년 임금 노동자의 주당 총 노동시간은 43.4시간이었다. 이는 초과 노동시간까지 포함된 것으로 초과 노동시간을 제외하면 39.5시간에 불과하다.

◆착한 소비 실천, 내 이웃에서부터 시작하자

이 때문에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착한 소비 운동"을 제안했다. 기왕이면 대기업 유통과 관련된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과 세탁소, 슈퍼마켓, 떡집, 커피숍을 이용해 달라는 것이다. 안 국장은 "공정무역 커피 등이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왜 착한 소비의 실천이 꼭 멀리 있는 이웃들에게만 국한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주민을 위한 소비 역시도 착한 소비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 열린 대구광역시 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 '공정한 소비문화와 착한소비자 워크숍'에서 발제자로 나선 채정숙 대구대 명예교수는 여러 차원의 착한 소비 개념을 소개하면서 '동시대 인류를 위한 책임'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책임'을 제시했다. 그리고 채 교수는 그 실천적 방법으로 ▷로컬푸드 운동 ▷전통시장 활성화 운동 ▷공동체 화폐운동 ▷공정무역 운동 ▷공정여행 운동 등을 소개했다. 채 교수는 "안전하고 좋은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하게 되면 사회적 건강, 환경,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전통시장의 침체 문제 역시 서민과 소상인, 영세민의 생계 문제와 직접 연관이 되면서 끊임없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사안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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