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뭡니까? 장래와 미래, 희망과 용기가 있는 청춘을 뜻하죠. 그게 점점 엷어지면 노인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 서른 살 노인이 너무 많고 일흔 살의 젊은이가 또 너무 많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들 어떻게 먹여살릴까 걱정이라는데 이제 그 걱정 접으십시오. 부양받는 노인이 아니라 책임지는 노인으로 거듭날 테니까요."
16개 광역시도협의회, 245개 시군구 지회, 6만 개 경로당에 260만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노인단체인 이곳의 이심(71) 회장을 만났다. 인터뷰 요청 세 번째만이니 삼고초려(三顧草廬) 했다고 할까. 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는지부터 물었다. "지난여름 태풍으로 골프장의 나무 600그루가 뽑혔다 합디다. 다 뿌리가 약한 나무였던 거죠. 저는 내공을 쌓고 내공이 있는 회장이 되고 싶어요.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고 싶달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인터뷰를 합니까?"
이 회장은 "젊은이들아, 이제 걱정 근심을 놓으라"고 말했다. 등 굽은 노인은 사라지고 당당히 직립보행하는 노인으로 재탄생할 것이라 했다. 당당한 목소리에 녹아있는 자신감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줬다. 이 회장은 "노인이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며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던 우리 노인들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주도하면서 '제2의 건국'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진 직함은 손가락으로 꼽기 모자라다. 그만큼 행동반경이 넓다. 보폭도 크다. 몇 개만 열거해보면 ㈜주택문화사 회장, 월간 '전원 속의 내 집' 발행인, 인간개발연구원 부회장, (사)어린이유괴·성범죄추방국민운동본부 대표 회장이다. 한국잡지협회장,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도 역임했다. 그가 "노인들 무시하지 마라. 큰 코 다친다"고 설파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회장의 머릿속에는 '노인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많다. 자원봉사 리더로 키운다, 자살예방 상담사로 육성해 자살을 막는다, 자연녹화에 나선다, 어린이 통학로를 순찰해 성범죄를 막고 교통사고를 줄인다, 고학력 노인은 가르침을 베푼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농사를 지어 장학금을 만든다, 지역문화 해설가로 나선다 등등 노인들이 경쟁력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인들이 활동력을 늘여 질병으로부터 강해지면 노인에게 들어가는 정부 자금도 줄어 나라가 발전한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그래서 그는 공중파TV와 함께 '노인 골프대회'를 열고 기금을 모아 홀몸노인을 돕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TV 속에 그려졌던 유약한 노인은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골프대회를 중계하면 노인들의 당당한 모습이 나오겠죠. 자연스레 건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아마 자극받는 젊은이들이 아주 많을 겁니다."
잡지협회장 재직 때 잡지진흥법 제정에 나섰던 것처럼 이 회장은 이번에 대한노인회기본법 제정에도 나섰다. 대한노인회의 법적 지위와 역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만의 돌파력이다. 한학자였던 조부 일헌(一軒) 이규형 선생, 선친 허인(許人) 이동석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세다. 무엇이 모자란 지 신속히 간파하고 채워 목마름을 푼다. 그래서 지난 2월 취임 이후 많은 회원으로부터 추앙받고 있다.
고향인 성주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이 회장은 "성주가 더는 참외를 대표브랜드로 내세우면 안 된다"며 "성주를 유림의 고향, 재실의 마을로 스토리텔링해 세계에 알리고 한개마을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주군은 관리되지 않고 있는 재실을 넘겨받고 직접 관리하면서 역사가 소실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답답함과 노여움이 녹아 있었다.
대한노인회는 역대로 고위공직자 출신이 맡아왔다. 그가 선거에 나섰을 때에도 온갖 말들이 돌았다. 하지만 그는 이겨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득했다. "오수(五獸)의 법칙을 아십니까?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 고양이, 늑대 중 쥐를 잡는 동물은 과연 무엇입니까? 바로 고양입니다. 쥐를 잡는데 호랑이, 코끼리는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로 적임자입니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노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살 것입니까? 젊은이가 잘하는 것이 있고 노인이 잘하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깊이 파겠습니다. 그리고 대접받으려고만 하는 노인을 탓하겠습니다. 스스로 변화하도록 다독이겠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고령화되어가는 우리나라에 '고령화가 곧 힘'이라는 인식을 넣어주고 싶네요."
이 회장은 1939년 성주 수륜면 남은리 출신으로 지사초교, 성주중, 상지고,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한무역진흥공사 부참사와 에스콰이어㈜ 상무이사를 지낸 바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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